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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한국시리즈 5차전 리뷰 - 'SK 왕조' 시대가 열리다

by 푸른가람 200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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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0월의 마지막날밤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구시리즈 5차전에서 SK는 선발 김광현이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집중력있는 공격으로 두산에 2-0 승리를 거두며 4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지난 2005, 200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삼성에 이어 SK가 2000년대 프로야구의 최강자로 우뚝서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승부를 뒤집기 위해 마지막까지 추격의 불씨를 당겼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승부를 되돌리기엔 힘이 부족했다. 플레이오프 혈투 이후 경기가 거듭될수록 체력은 고갈됐고, 승부의 고비에서 분위기를 되돌릴 결정타를 날려주는 선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김현수의 부진이 아쉬웠다. 시리즈 21타수 1안타의 빈공. 만루 찬스때마다 터진 병살타는 차라리 꿈이었음 좋을 정도였다.

김광현, 에이스의 명예를 되찾다

1차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보였던 김광현은 절치부심하며 5차전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5차전에서 에이스의 존재를 맘껏 과시했다. 7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겼던 자존심도 회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김광현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펜의 힘으로 근근히 버티던 삼성과 두산의 한계는 결국 그기까지였다. 한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의 존재는 그만큼 팀에 유형, 무형의 힘이 되는 법이다.

명품수비, SK 왕국의 든든한 힘

5차전에서도 SK의 메이저리그급 수비수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정근우-나주환의 키스톤플레이는 오늘도 안정적으로 내야를 이끌었고, 8회말 조동화와 박재상은 믿기 힘든 호수비로 두산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홍성흔은 충격속에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고, 오재원은 '식빵'을 외치며 헬맷을 집어던질 수 밖에 없었다.

안되도 이렇게 안될 수가 있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SK보다 높은 팀타율을 기록했다. 득점기회도 훨씬 더 많았다. 그렇지만 필요할 때 '한방'이 터져주지 않았다. 잘맞은 타구는 야수정면으로 가 병살타로 이어지고, 상대 수비의 호수비에 공격의 맥이 끊기기 일수였다. 주자들의 본헤드 플레이는 승부처마다 약속이나 한듯 득점을 날려먹었다. 도저히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경기를 자초했다.

하필 챤스는 타격감이 떨어지는 선수를 찾아갔다. 시즌 타격1위 김현수는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렸다. 두산의 자랑 발야구도 실종됐다. 두산 타선에는 김동주와 홍성흔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그토록 매섭게 몰아치던 두산 타선은 차가워진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수비수들의 실책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이런 수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렇게 수비잘하던 이대수, 고영민은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웃음을 잃었다. 3루수비에서만 한경기에서 4개의 실책을 허용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큰경기일수록 수비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결국 SK와 두산의 힘의 차이는 수비에서 갈렸다.

한박자 느린 투수교체가 화를 불렀다.

6회까지 호투하던 김선우는 7회 들어 급작스럽게 흔들렸다. 투구수도 100개에 가까와지고 있었고,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연거푸 허용했다. 폭투까지 있었다. 두산 불펜에선 이재우가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김경문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분명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봤다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텐데도 김경문감독은 다른 생각이 있었나 보다. 모처럼 호투하고 있던 김선우에게 확실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과는 김경문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김선우는 잘 던졌지만 생각지도 못하던 김동주의 적시 에러(?)가 이어졌고 김선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만 했다. 구원등판한 이재우가 다음 타자를 손쉽게 범타로 아웃시키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두산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안방마님 최승환의 '절반의 성공'

김경문감독은 4차전 깜짝 홈런포를 선보였던 최승환을 5차전에 포수로 출장시켰다. 공격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었는지, 김선우와의 궁합을 고려했던 것인지 그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선발투수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김선우였지만 오늘 경기만은 달랐다. 무려 6과 2/3이닝을 책임졌다. 비록 마지막 고비에서 김동주의 실책으로 1실점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는 호투였다.

최승환은 박경완 못지않은 도루 저지능력을 뽐냈다. SK의 '발빠른 야구부'에게 속절없이 2루를 허용하던 이전과는 달랐다. 4회초에서 박재상과 김재현의 도루시도를 연속으로 저지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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