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들이다. 공식적인 발표 이면에 무언가 숨겨진 진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음모론'의 유통기한은 너무나 길다. 음모론은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의 저자 데이비드 사우스웰이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그 출발점이 있다.
이 책에는 존 F. 케네디, 존 레논, 이소룡,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같은 유명인의 죽음으로부터 외계인의 존재, 암살 혹은 실종, 역사적 인물과 사건, 의문의 장소, 비밀기관과 조직, 테크놀로지, 비극적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이목을 끌었던 굵직굵직한 100가지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들이 많다. 오래 전부터 인구에 회자되어 왔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날 법도 하건만, 여전히 사람들은 진실에 목말라 있다. 아니, 어쩌면 진실은 이미 드러났지만, 어떤 신념에 사로잡혀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른다. 음모론의 세계는 그만큼 뿌리가 깊어서 그 끝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미심쩍기 때문이다. 우상으로 떠받들었던 스타가 하루 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면 그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누군가의 조사가 뒤따를 것이고, 그에 따른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겠지만, 대중의 궁금증과 의구심을 100% 해소시킬 수 있는 속시원한 대답은 그 누구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로부터 음모론은 싹을 틔우게 된다. 팩트에 기반을 둔 조사라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제각각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제기하는 조그마한 의문에까지 응답할 여력은 없다. 애시당초 의구심으로 가득찼던 사람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음모론의 확대 재생산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의 이성이란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또한 고도로 발달된 기술로도 밝힐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말이다. 합리적 의심을 품는 것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이지만, 그 의심이 지나치면 그 어떤 진실에도 눈감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에 실린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의심스럽다. 음모론자들의 생각처럼 히틀러는 실제 자살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도피했을 수도 있고, 로스웰의 외계인 역시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에필로그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은이는 "모든 음모론의 95%는 쓰레기"라고 감히 단언하고 있다. 이것이 대부분의 음모론자들이 공공연히 인정하기 꺼려 하는 불편한 진실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음모론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쓰레기가 아닌 5퍼센트에 집중하라 조언한다. 그 5퍼센트가 우리를 대상으로 음모를 꾸미는 세력들에 대항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 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음모론의 존재 이유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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