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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by 푸른가람 201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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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인 것이라 여전히 고건축은 어렵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 보기도 하고,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유심히 살펴 보려 애써보지만 하루 아침에 눈이 떠질 리 만무하다. 그래도 지금껏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재미를 무럭무럭 키워 줄 좋은 책이 한 권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이란 책은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경기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김동욱 교수가 한, 중, 일 삼국의 건축을 세밀하게 비교하고 각각의 차이와 그 속에서 빚어지는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동양 삼국의 고건축에 대한 관심과 일본 와세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던 그의 경력이 고건축의 면면을 속속들이 통찰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김동욱 교수는 건축물이 지어진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건물의 외형 보다는 당시 지식인들의 건축에 대한 생각, 건축물을 짓는 데 참여한 장인들의 기술, 물질적인 여건을 통해 시대의 건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중일 건축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한 섬세한 비교를 통해 동아시의 문화의 상호 교류가 이루어낸 눈부신 성과를 재조명하고 서로 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서술은 객관적이다. 학창시절 한옥의 자연스러운 처마 곡선이 세계 제일의 아름다움이라 배웠던 나로서는 냉철하면서도 비판적이기까지 한 그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은 존중해야만 한다. 중국 대륙의 문화적 영향 속에서도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반영한 독특한 기법들을 발전시켜 왔던 고건축이 조선시대 들어 정체기를 거쳤다는 그의 설명은 엄연한 사실이었기에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고정관념을 떨쳐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건축을 놓고 그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김동욱 교수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은 한중일 삼국이 상호 교류를 통해 아주 독특한 이 지역만의 건축학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초기에는 서로 간에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었고,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개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선택적인 외래문화 수용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후 교류단절의 시기가 도래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 건축의 독자성이 성취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에 있어 그 낫고 못함을 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닐까. 각자에 놓여진 여건을 고려하여, 그 특성에 적합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당연한 역사의 과정일 것이니 서로의 차이 또한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건축양식 역시 그러하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자세히 보면 그 차이가 완연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아쉽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오래된 건축들을 직접 보며 이해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북경에 있는 자금성을 주마간산 식으로 구경한 것이 전부였지만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와 중국의 건축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많은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웅장하고 거칠 것이 없어 보이는 중국 건축이나, 규격을 중시해 치밀하면서도 화사한 면모를 지닌 일본 건축 또한 아름답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주변 경관과 단절되지 않고 같은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우리의 건축이 나는 마음에 든다. 낙동강 너머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는 바위절벽을 차경으로 삼아 고요히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병산서원 만대루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황홀하다.

 

김동욱 교수가 자신있게 얘기한 것처럼 봉정사 만세루, 관룡사 원음각, 화암사 우화루 등이 가장 눈에 띄는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도 거칠고 투박한 개별 건물의 약점을 덮어 버리고 조선시대 사찰의 경관과 공간을 한층 극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는 수많은 누각들을 나 또한 한국 건축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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