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오래된 것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작품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만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믿어 보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문외한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보고 또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느껴보려 애쓴다면 분명 오늘보다는 밝아진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썼다 했습니다. 서문에 밝혔듯 명작 해설이란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도 쉽게 알고 느낄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 눈높이를 높여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유홍준의 국보 순례는 한 일간지에 매주 연재되던 '국보순례'의 2년치 연재 분량 중 100회분을 묶은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보를 그림/글씨, 공예/도자, 조각/건축, 해외 한국 문화재 등 크게 네 분야로 나누어 사진과 함께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저자가 쉽게 풀어썼다고 해도 한번 읽고서는 쉽게 눈에, 가슴에 잘 들어오질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책에 담겨져 있는 문화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분명 이건 사람의 솜씨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나처럼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에겐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글씨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림이나 조각, 공예품을 만들어낸 재주많은 이가 한없이 부러워 집니다. 수백,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 후손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도 행복하겠지요.
이 책은 한번 읽고 책꽃이에 꽃아 둘 책은 분명 아닙니다. 시간 날 때마다 보고 또 보면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허망된 국수주의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스스로 비하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아니될 겁니다. 우리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라의 보물'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안목이 어서 생겼으면 하는 조바심을 감추고 다시 책장을 넘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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