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

이덕일의 역사 사랑(舍廊)

by 푸른가람 2011. 8. 15.
728x90


역사라고 하면 따분하거나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백제의 사비 천도는 몇년, 신라의 삼국통일은 몇년, 갑오경장은 몇년..이렇게 주입식 국사 교육으로 암기만 하다 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사실 역사라는 건 우리가 이 땅에 오기 이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가 어릴 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던 재미난 옛날 이야기들이 모두 역사일 것이다. 물론 힘없는 민초들의 삶의 이야기가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다. 우리가 세계사나 국사라는 과목으로 배워왔던 역사는 힘있는 권력자나 제왕들의 이야기, 그리고 끊임없는 정복과 수탈의 과정이었으니까.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이덕일의 역사 사랑이라는 책은 독특하다. 어떤 특정의 주제에 대해 심도깊은 주장을 펴는 책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게 여섯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각각의 글들은 독립적이다. 아마도 어느 신문이나 잡지에 고정 칼럼으로 연재하던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편히 역사 에세이라고 생각을 해도 좋겠다. '사랑'이란 단어는 우리 전통 주거공간 중 하나인 사랑(舍廊)을 뜻함이지만 우리 역사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가져 달라는 저자의 숨은 뜻도 들어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이 책이 출간된 때가 2007년이었으니 동북공정과 관련한 국내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분량은 340페이지가 넘지만 읽기에 부담이 없는 포맷이다보니 하루 반나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역사에 왜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때 화려했던 대제국의 영화를 그리워하거나, 혹은 지난했던 고통의 시대를 불러온 선조들을 비난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과거를 거울처럼 반면교사로 삼아 그 속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다가올 미래에는 굴종과 회한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수백년전 과거의 과오들이 지금 이 시대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오히려 수백, 수천년전의 사회 시스템이, 그때의 지도자들이 현세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영겁의 세월동안 인류는 끝없는 기술과 과학의 진보를 통해 과거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혁명적인 세상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당연히 의식의 진보 또한 뒤따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이 책은 역사의 거울을 통해 바라본 우리 삶의 자화상이자, 이덕일의 세공된 문장으로 그려낸 현재의 미래의 나침반이다. 겹겹의 역사 갈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흥미진진한 사건과 인물들을 만나는 기쁨,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역사 에세이의 정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 (책 소개글 중에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