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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6차전 리뷰 - 저력의 KIA, 바닥을 치다

by 푸른가람 2009.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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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탈출의 신바람이 그대로 이어졌다. 며칠전 까지만 하더라도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던 KIA였다. 투타의 불균형은 계속됐고, '엘롯기 동맹' 탈출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일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모든 것이 삼성이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차 주는 덕분이었다. 기대치 않았던 2연승까지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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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KIA가 삼성과의 주말 3연전을 계기로 바닥을 친 것으로 보여진다. 8개구단 최고의 선발진은 여전히 건재하고, 1.5군급에 불과한 타선의 응집력도 좋아지고 있다. 함평에서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역전의 용사들이 복귀한다면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한 전력 상승도 기대된다.

차포마상(장성호, 홍세완, 이재주, 이용규)이 빠진 타선으로도 이 정도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사실 대단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마무리 한기주가 제 구위를 되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 약점이긴 하지만,  사실 '세월이 약'일 뿐, 뾰족한 해결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젊고 능력있는 선수인만큼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이 그랬듯 스스로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해 주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4, 5차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시소게임이었다면, 삼성과 KIA의 시즌 6차전은 한마디로 지루한 게임이었다. 삼성 선발 안지만이 초반에 제구력 난조로 무너지는 바람에 삼성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장해제 당한 꼴이었다. 5차전 선발 차우찬이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선발로만 나서면 작아지는 안지만의 '마음의 병'은 아직 치유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변화구는 밋밋하고, 그마저 가운데 몰려버리니 당해날 재간이 없다.

안지만이 결정적 홈런 2방에 비틀거리며 겨우 3이닝(5안타 3볼넷 6실점)을 채우고 마운드에서 쫓겨 내려가는 사이 KIA 선발 구톰슨은 네번째 선발등판에서 7이닝을 버티며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6안타 2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실점은 겨우 박진만의 솔로홈런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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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도 불구하고 구톰슨의 널뛰기 피칭은 KIA로서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4월 7일 SK전 7이닝 4실점 패배로 시작은 불안했다. 4월 14일 롯데전에서는 8.2이닝 무실점의 신들린 피칭을 선보이더니, 세번째 등판인 4월 21일 두산전에서는 3.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호투와 부진의 리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는 구톰슨의 다음 피칭이 주목된다.

타자중에서는 김상현의 활약이 빛났다. LG에서 친정 KIA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이날 경기에서 3회초 삼성의 추격의지를 꺾는 만루홈런 한방으로 그의 존재를 팬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이 홈런 한방으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석에서 보여준 5타수 2안타 4타점의 활약도 부족했던지 수비에서도 몇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당분간 KIA의 3루 자리는 김상현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과론이지만 삼성으로선 5차전 패배가 뼈아프다. 마무리 한기주마저 감독의 불신 속에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이었다. 9회말 1사 2,3루의 챤스를 무위로 돌려버린 무기력함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페난트레이스 133게임의 대장정 한게임에 불과하다고 애써 자위할 수 있을지 몰라도, 흐름상 중요한 일전에서의 패배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주말 3연전 스윕으로 중위권 팀과의 격차를 벌리며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기나긴 페난트레이스에서 어느팀이고 몇번의 고비는 불가피한 운명이다. 전반적인 슬럼프에서 한번 바닥을 친 KIA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주전들이 복귀할 시점까지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버텨준다면 KIA의 2009년은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처럼 선발출장해 통산홈런 신기록에 도전했던 양준혁은 2루타 두개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세번째 타석에서는 2루로 뛰다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대주자로 교체됐다. 부진하다던 타율은 어느새 3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작 양준혁 자신은 담담한데, 야구팬들만 조바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삼성팬으로선 팀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양준혁의 대기록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 사진은 연합뉴스,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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