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LG 5차전 리뷰 - 삼성의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by 푸른가람 2009. 4. 23.
728x90
LG로선 쉽게 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한 LG는 6회초 삼성의 집중포화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는 4:1 삼성의 승리였지만 역시 승패를 결정한 것은 단 1점이었다. 결과론이긴 하겠지만 LG가 1회말 공격에서 한점만 더 뽑았더라면 오늘 경기는 어쩌면 일방적인 LG의 흐름으로 끌고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LG는 초반부터 삼성 선발 크루세타를 두들겼다. 1회말 공격에서 내야안타로 출루한 이대형이 도루와 3번 안치용의 적시타로 가볍게 선취득점에 성공하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널뛰기 피칭을 이어오던 크루세타는 오늘도 초반에 흔들렸다. 투수 폭투로 안치용이 3루까지 진출하며 LG는 절호의 추가득점 기회를 맞는다.

거포 페타지니에게 외야플라이 한방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의 타구는 투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3루주자가 홈과 3루 사이에서 런다운 끝에 객사했다. 한껏 달아올랐던 LG의 상승세가 일순간 가라앉는 순간이었고, 크루세타는 덕분에 이내 안정을 찾아갔다.

이후 양팀의 지루한 0의 행진은 5회말까지 계속됐다. LG 선발 심수창의 구위도 괜찮았다. 삼성 타자들은 별다른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홈과 덕아웃 사이를 오가야 했다. '엘롯기 동맹' LG가 모처럼 연승의 신바람을 타는가 하는 섣부른 기대감이 1루 관중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예기치 않았던 삼성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올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삼성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6회초 공격도 그 시작은 미미했다. 9번 현재윤이 범타로 맥없이 물러난 후 김상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심수창의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발빠른 김상수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며 화를 자초하더니 2번 신명철의 내야땅볼때 3루수 정성훈의 실책까지 터져 나왔다. 졸지에 맞이한 1사 1,2루 상황. 타석에는 통산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는 양준혁이 들어섰다.

절묘한 유인구에 속아줄 법도 하랴마는 양준혁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없었다. 양준혁마저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심수창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궁지에 몰린 심수창에게 카운트 펀치를 날린 것은 삼성의 4번타자 채태인이었다. 채태인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는 단번에 역전됐다.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박한이, 박진만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6회에만 4실점으로 무너진 것이다.

LG의 1:0 리드 상황이 삼성의 4:1 리드로 뒤바뀌는 데에는 불과 몇분이 걸리지 않았다. 9회동안 나눠칠 안타를 6회 단 한 이닝에 몰아쳐 버린 것이다. 이것으로 경기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든든한 삼성의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대처럼 권혁 - 정현욱 -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철벽 계투진에는 오늘도 빈틈이 없었다.

삼성으로선 외국인투수 크루세타가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선동열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던 크루세타였기에, 오늘 승리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경기를 마친 후 특별히 오승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통산홈런 신기록에 단 1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양준혁은 다음 경기로 '신고'를 미뤄야 했지만 3타수 2안타, 볼넷 하나를 얻어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양준혁의 통산홈런 신기록도 좋지만, 팀 승리가 있어야 그 기록이 더욱 빛을 낼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오승환은 5세이브째를 기록하며 다시금 난공불락 돌부처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맘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요즘은 예전의 그답지 않게 웃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던 '외계인'에서 이제는 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여주는 오승환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삼성은 LG와의 잠실 원정을 2승 1패로 기분좋게 마무리하고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에이스 배영수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에르난데스가 복귀할 때까지 그럭저럭 선발진만 버텨준다면 해볼 만 하다. 내일부터는 KIA와의 홈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겠지만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것은 역시 양준혁의 홈런 한방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