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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3차전 리뷰 - 선동열감독 작두타다

by 푸른가람 200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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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두산의 시즌 3차전을 앞두고 양팀 엔트리가 발표되자마자 야구팬들 사이에선 일대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유혹의 명철신' 신명철이 있었다. 2번 중견수 신명철. 야구팬들은 설마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뭔가 오류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선동열감독이 오늘 경기를 포기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좀더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세에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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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볼멘 소리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명철은 외야 경험이 거의 없었다. 데뷔 초기 롯데 시절 외야수로 출장한 적도 있었고 연세대 시절 국가대표 외야수로 뛰었던 적도 있었다지만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내, 외야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는 조동찬의 자리였다. 전날 홈런까지 치며 타격감을 조율한 조동찬을 빼고 신명철을 선발 중견수로 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이해되지 않는 대목임이 틀림없었다. '선동열의 양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허승민이 선발 우익수로 이름을 올린 것도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그러나 야구팬들이 알 수 없는 팀 내부의 속사정이 따로 있었다. 외야를 굳건히 지켜오던 김창희와 강봉규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김창희는 전날 경기 도중 경미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강봉규도 최근 타격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조동찬은 엉덩이 부상을 당한 박석민을 대체해 언제라도 3루에 투입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김선우와 차우찬의 선발 대결로 막이 오른 양팀의 3차전은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주고받는 타격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중간계투로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 0점을 기록하던 차우찬은 시즌 첫 선발 등판의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조기강판 당했다. 2이닝동안 5안타(1홈런 포함) 2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

불안하던 차우찬이 물러나자마자 삼성의 불펜진은 풀가동됐다. 조진호(1이닝) - 지승민(1이닝) - 정현욱(3이닝) - 권혁(1이닝) - 오승환(1이닝)이 톱니바퀴처럼 이어 던지며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WBC 이후 야구에 눈을 뜬 정현욱은 3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고, 되돌아온 최고 마무리 오승환도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당초 선발대결에서 우위가 점쳐지던 두산 선발 김선우는 더 부진했다. 시즌 초반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던 김선우는 신명철에게 불의의 홈런을 허용하며 평정을 잃었다. 2이닝을 채우지도 못한 채 7안타(1홈런 포함) 1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삼성은 1번 김상수가 4타수 2안타, 2번 신명철이 4타수 3안타, 3번 양준혁이 3타수 2안타를 터뜨리는 등, 세명의 타자가 팀 안타(11개)의 절반 이상을 쳐내며 팀타선에 불을 지폈고, 박석민과 허승민을 제외한 선발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와 다른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두산은 김현수의 선제 홈런(시즌 4호)으로 기분좋게 출발해 3회 최준석의 홈런(시즌 5호)과 4회 이종욱의 적시타로 끈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삼성 필승 계투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주말 시리즈를 1승 2패로 마무리했다.

선동열감독의 '감'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2번 신명철은 1회 역전 투런홈런에 이어 2회 2사후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우익수 허승민도 비록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5:4로 팽팽한 접전을 계속하던 6회초 최승환의 타구를 잡아 더블아웃으로 연결시키는 등 몇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한건 톡톡히 했다. 사실 그 누구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선동열감독의 선수기용에 대한 불만으로 입이 댓발은 나왔던 팬들은 머쓱하게 됐다.

삼성은 상위권 2개팀 한화, 두산과의 홈 5연전을 3승 2패로 마무리했다. 주중 우천으로 1경기가 연기된 것이 약이 됐다.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고, 연일 계속되는 필승 계투조 투입속에 불펜진의 부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달콤한 휴식이 되었던 셈이다.

타격 슬럼프가 걱정되던 김상수도 서서히 프로무대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타자들의 전반적인 컨디션과 타선의 짜임새도 예년과 비교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박한이와 최형우도 조만간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정현욱과 권혁이 건재하고, 오승환은 서서히 2006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삼성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선발진만 버텨준다면 선동열감독의 마지막 시즌은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사진은 OSEN, 기록은 스탯티즈의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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