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환상의 섬, 남도의 이국적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곳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어떤 장황한 말로도 제주도가 지닌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의 유명한 휴양지를 들이댄다면 할말이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딱 두번 가봤다. 시기 역시 공교롭게도 두번 모두 11월 하순이었다. 유채꽃 만발한 제주도의 봄이 기대되긴 하지만 아직까지 제주도를 다시 찾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대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1시간이면 족히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2005년 11월 섭지코지를 한바퀴 돌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날 무렵이었다. 때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서편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항구로 돌아오는 고깃배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를 거니는 어떤이의 실루엣까지 더해져 묘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제주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서귀포 풍림리조트. 야자수에 실외 수영장까지 잘 갖춰져 있지만 때가 때인지라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깔끔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나중에 다시 이용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서귀포 해변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범섬의 모습이다. 모습이 마치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닮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말 한때 고려를 지배했던 원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들이 난을 일으키자 최영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와 그들을 완전히 소탕했다고 한다. 해안은 깍아지른 듯한 급경사의 해식애로 이루어져 있지만 섬 가운데는 평평하고 가장자리에는 용천수가 솟아난다. 수십년전에는 이 섬에서 방목도 이루어지고 고구마도 재배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저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병헌과 송혜교의 사랑으로도 유명한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 섭지코지. 이 드라마 한편으로 이곳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내가 찾았을 때에도 이런저런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아마도 지금은 또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와 소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겠지만(아니, 제주도야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으니 마땅히 그리해야 할것이다) 개발로 인해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어쨌거나 가슴아픈 일이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갖게 된 계기가 된 곳이 성산 일출봉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여서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생애 처음으로 일출을 보러 새벽에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길을 올라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구름때문에 제대로 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에서 울리던 SLR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말 그대로 '영혼을 깨워준' 소리였다. 사진이라는 취미 덕분에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곳을 찾게 되었으니 성산 일출봉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일 수 밖에 없다.
성산쪽의 어느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다.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운전하다보면 곳곳이 사진촬영지요, 아름다운 명승지다.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제주도의 차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주도 해안은 제격이다.
이상하게도 제주도는 가을에도 유채꽃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돈 얼마씩을 받고 사진촬영지로 조성된 곳이긴 해도 12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때였는데도 도로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넓은 밭에는 유채꽃이 넘실넘실 바람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통상적인 계절관념을 잊게 만드는 곳이 아닐 수 없다. 하긴 11월에도 모진 눈보라를 만들기도 하는 곳이니 제주도에선 굳이 계절을 따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대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아쉬움 속에 제주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바닷가의 커다란 바람개비가 이채롭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 역시 풍력발전의 입지로는 제 격이다. 물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풍력발전에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여러 업체에서 제주도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산간도로 인근의 억새밭에서 비로소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의 매력을 이제야 알아가는가 하니 이제 떠나라 한다. 제주공항 근처의 용두암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경유지인 셈이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겠지만 바위의 생긴 모양이 용머리를 닮았다 해서 용두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용이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실상은 화산용암이 바닷가에 이르러 식어 해식의 영향을 받아 생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높이가 10m에 달하는 이 바위를 보려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늘 다시 가보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곳이 제주도다. 매년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올해는 정말이지 제주의 상큼한 봄바람을 맞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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