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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

by 푸른가람 201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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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내 몸과 마음 하나 온전히 지탱하며 살아가는 걸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걸 보면.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집단주의 체제가 남긴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끊도 없는 무한 경쟁 속으로 떠밀리는 지금의 상황으로도 이해해봄 직 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간에 우리가 힘들고 아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겪어 왔던 특수한 사회구조는 오랜 세월을 지나며 우리 몸속에 독특한 DNA를 남겼다. 세상은 우리에게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을 요구한다. 회사에선 유능한 일꾼이 되어야 하고, 집에서는 훌륭한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을 빠짐없이 잘 챙겨야 그제서야 '사람 도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세간의 평가와 주변 사람들의 눈치 살피느라 정작 우리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엔 관심 둘 여유 조차 없다.

 

무엇이 이렇게 쫓기듯 살게 만들었을까. 사회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어쩌면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 의식을 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면 원인을 찾게 되고, 결국은 정답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해법들을 고민해 보게 되는 것이니 절반의 성공은 이미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답에 이르는 실마리를 큰 사회적 담론을 통해 이끌어 낼 수도 있겠으나,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 가장 손쉬울 것이다. 바로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해답도 찾아보는 것 말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쓴 김수현 작가처럼 지금은 세상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것이 먼저이니까.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글이 정겨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불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한 to do list, 함께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더 나은 세상을 위한 to do list, 좋은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to do list 등 모두 여섯 개의 장에 제시된 방법들을 통해 누구도 흉내내지 않고, 누구도 부러워하지않는,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들을 전해준다.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이라서 좋다. 거창하지도 않고 짐짓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똑같은 보통의 존재로서 지금껏 겪어 왔던 일들을 통해 느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담백한 지은이를 닮은 듯한 그림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책 제목처럼 정작 나에게 어울리는,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다른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괜찮은 척, 멋진 척 해야 하는 삶들 말이다.

 

전자책으로 대출을 해서 몇번을 곱씹어 읽어 보았는데도 좋은 느낌이 여전하다. 이런 책들은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종이책으로 사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려 한다. 김수현 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오랜 세월동안 네 권의 책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업디자인 학사라는 그녀의 프로필이 이 책과는 좀 생뚱맞아 보이긴 하지만, 또 어떤가. 푸른 잔디밭에 팔벼개 하고 누워 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떠 가는 구름을 보고 있는 그녀처럼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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