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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뜬근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420여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이제금 다시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말이다.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의 지은이 김연수는 임진왜란은 살아 있는 역사이며, 임진년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 물음에 답 했다.
그는 책의 머릿말에서 임진왜란은 지배층의 무능과 부도덕이 빚어낸 민족적 참화였음을 다시금 주지 시킨다. 그 당시 조선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던 총체적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임진왜란.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2013년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 또한 암울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기본적 시각이다.
이 책을 읽으니 묘하게 김훈의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을 읽었던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역시 무능하고 부도덕한 왕과 사대부로 인해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던 남한산성 안의 무고한 백성들의 삶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비극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진왜란 역시 마찬가지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전쟁이 일어날 줄을 모두 알았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그 누구도 대비하지 않았고, 대비할 힘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수많은 기록들에서 그 유력한 증거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조선 사람은 전쟁이 일어날 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발설하는 순간 조선이라는 국가를 아래로부터 개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역성혁명에 준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주어진 선택지는 전쟁과 개혁이었고, 결국 조선이 선택한 것은 중국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뿐이었다.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라는 제목이 마땅찮다. 7년 동안이나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국가적 재난에서 집권층이 한 것이라고는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 상국인 명에 의지하여 생명줄을 유지하는 것 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나라를 지킨 것은 성리학의 가르침을 실천한 의병장들과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왜적과 싸운 이름없는 민초들이었다.
지리하게 7년을 끌던 전쟁은 침략군 일본이 스스로 철군함으로써 끝이 났다. 조선은 전시작전 지휘권을 명에 넘겨준 탓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침략군을 물러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배층들은 전쟁이 끝난 뒤 그들만의 논공 행상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슬픈 한편의 코메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에 와서 과거의 과오를 되짚어 보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선조를 비난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을 것이다. 지은이 김연수가 지적하듯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그때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땅에 임진왜란과 같은 역사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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