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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걸 취미로 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 그 곳을 걸으며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란 단어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비타민'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넌 나의 여행책"이란 책을 박재상과 함께 만든 김은영이란 사람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사회과부도를 끼고 살았던 그녀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처럼 나 역시도 어릴 때 사회과 부도를 참 좋아 했었다.
학기 초 새로운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오래 펴놓고 살펴봤던 책이 바로 사회과 부도였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곳곳의 신기한 풍경들, 고을의 경계가 되는 큰 산맥과 강줄기들, 시원스레 뚫려가는 도로와 철도를 따라 나의 발길도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그때부터 돌아다니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살펴보기로 했다. "넌 나의 대한민국 베스트 여행책" 이것이 이 책의 풀네임인 듯 하다. 찾기 쉽고 머물기 좋은 우리나라 130여개 지역의 550여 명소를 책에 담았노라고 표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이 찾기 쉽게 각각의 여행지를 행정구역별로, 다시 길/섬/마을/산/계곡/바다 등으로 재분류해 놓았다.
550여 곳이라고 하면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랄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 소개되지 못한 숨겨진 명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책에 소개된 곳 중에는 이미 내가 다녀온 곳만 해도 꽤 여러 곳이라 그때의 감흥들을 다시 떠올리며 책 속의 글과 사진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지면에 각각의 명소들을 몇장의 사진과 짤막한 글로 온전히 소개하기란 애시당초 어려운 일일테니까. 사진을 몇해 찍어 오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책 속에 담겨진 사진에 조금은 불만이 있다. 독자들에게 "이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여행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나, 시간 날 때 가볍게 다녀올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무엇이 내게 맞는 여행법인가, 내 마음에 오래남을 여행지일까는 역시 많이 다녀본 연후에야 자연스레 정해질 일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는 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우리땅을 걸어보면 길들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것을 느끼게 될 지도.
어쩌면 그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요, 곁에 있는 이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그 순간이, 바로 그 곳이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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