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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최형우 100호 홈런포에 '6연패' LG 울었다 - 삼성 vs LG 9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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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갈길 바쁜 LG를 6연패 수렁에 빠뜨리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은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터뜨린 최형우의 활약을 앞세워 LG에 6-5 승리를 거두며 3연승 신바람 속에 선두 질주를 계속했다. 이날 승리로 시즌 42승 2무 31패를 기록하게 된 삼성은 KIA에 1-5로 패한 2위 롯데와의 간격을 2경기차로 벌였다.

선발 차우찬이 1회 수비를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내자 삼성 타자들도 곧이은 공격에서 선취점을 뽑아주며 차우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LG 우완 선발 레다메스 리즈를 공략하기 위해 1, 2, 3번 타자를 모두 좌타자로 포진시킨 류중일 감독의 타선 변경이 절묘하게 들어 맞았고, 그 중심에 2번타자 정형식이 있었다.

정형식은 1회 1사 이후 리즈에게서 선제 솔로 홈런을 빼앗아내며 맹활약을 예고했다. 이 홈런은 올 시즌 그의 마수걸이 홈런이었고, 프로 통산 두번째로 짜릿한 손맛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리즈로서는 까다로운 톱타자 박한이를 범타로 잘 막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정형식에게 큰 것 한방을 허용하며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2회까지 차우찬의 위력적인 구위에 눌리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던 LG 타선은 3회 들어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김태완이 볼넷을 얻어 나가며 만들어낸 2사 3루 기회에서 차우찬의 폭투를 틈타 손쉽게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LG는 4회 공격에서도 최영진의 안타로 만든 2사 2루 역전 챤스에서 정의윤이 적시타가 터지며 2-1로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양팀간의 경기는 동점과 역전, 그리고 재역전을 거듭하는 시소 게임으로 재미있게 진행됐다. 역전을 허용한 삼성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4회말 박석민의 볼넷과 최형우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 챤스에서 채태인이 외야 희생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곧이은 5회에는 '게임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정형식이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중반 흐름이 삼성 쪽으로 기울어지려는 찰나, 예기치 못했던 해프닝이 6회초 LG 공격때 일어났다. 박용택이 2사 이후에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다음 타자 최동수의 타구를 삼성 3루수 박석민이 잘 처리하며 이닝이 종료됐다. 수비를 마친 삼성 선수들은 이미 덕아웃으로 철수한 상태.

그러나, LG 김기태 감독의 어필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판정이 번복됐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의 발단은 최동수의 타구에 대해 3루심이나 주심 모두 파울 혹은 페어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정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생겼다. 어깨가 식은 차우찬으로선 힘이 빠질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잘 잡아줬더라면 그저 해프닝으로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 분위기는 이상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다시 속개된 경기에서 최동수는 공교롭게도 다시 3루수 쪽으로 타구를 굴렸고 박석민의 송구가 어이없이 빗나가며 1루 주자 박용택이 홈까지 파고 들어 삼성은 허망하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차우찬으로서는 다 잡았던 시즌 4승을 눈앞에서 놓쳤고, 삼성팬들로선 지난 97년 8월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졌던 삼성 - 쌍방울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사건'의 데자뷰를 생생하게 경험한 셈이었다.


3-3의 팽팽한 승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7회 선두 타자로 나온 박한이가 볼넷을 얻어 나가며 삼성 공격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류중일 감독은 정형식에게 쓰리번트까지 감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LG 벤치에서는 마운드에 있던 좌완 이상열의 상대로 우타자 박석민 대신 좌타자 최형우를 골랐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자신의 타석 앞에서 박석민을 두번이나 고의 사구로 걸러 보내는 것을 지켜보던 최형우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2사 1, 2루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월 쓰리런 홈런을 우측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내며 개인통산 100호 홈런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차우찬이 6회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삼성은 정현욱 - 권혁 - 권오준을 차례로 등판 시키며 승리에의 의지를 불태웠다. 7회 마운드에 오른 권혁이 1⅓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시즌 2승째를 올렸고, 팀이 3점차로 여유있게 앞선 9회 등판한 오승환은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위기를 자초하며 2실점 했지만 다음 타자들을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침착하게 처리, 진땀나는 시즌 19세이브째를 올렸다.

LG로서는 상대 실책을 틈타 행운의 동점을 얻어낸 6회초 공격 3-3 상황에서 이병규의 중전안타 때 2루 주자 최동수가 홈에서 횡사한 것이 아쉬웠다. 역전까지 기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삼성 중견수 정형식의 송구는 매우 정확했고, 2루 주자였던 최동수의 발은 너무 느렸다.

연패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LG는 오지환과 작은 이병규가 각각 2타수 2안타를 치며 공격을 이끌었고, 삼성보다 많은 9개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는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 6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시즌 32승 2무 40패를 기록하게 된 LG는 이날 승리로 다시 5할 승률에 턱걸이한 6위 SK와의 승차도 4게임으로 벌어져 하위권 탈출 꿈이 점점 더 멀어지게 됐다.


선발 리즈는 3일 삼성전에서 당했던 아쉬운 패배를 되갚으려 했지만 5회도 채우지 못하고 4⅓이닝 5안타 3사사구로 3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6개의 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공은 위력적이었지만 리즈에게 시즌 2승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좌타자 상대로 내보낸 이상열이 통한의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지긴 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봉중근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낸 장면은 LG로선 앞으로의 경기에 희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5⅔이닝 5안타 2사사구를 내주며 3실점(2자책), 시즌 4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수비 실책에 아쉽게 무너졌지만 투구 내용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1회 삼자범퇴를 제외하고는 매회 타자를 출루시키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고, 2사 이후 성급한 승부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삼성 타자 중에서는 그동안 이승엽 - 박석민 듀오에 가려져 있던 최형우의 활약이 빛났다. 최형우는 7회 3점 홈런으로 결승점을 뽑는 등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고, 정형식도 공격에서 2안타 2타점을 올린 것은 물론, 6회 수비에서 결정적인 홈송구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200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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