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지 서너달은 지난 책이다. 작정하고 읽으니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한데 왜 그동안 먼지만 쌓이게 두었는 지 참 모를 일이다.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이라는 부제를 지닌 '가슴이 시키는 일' 이란 책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평생을 두고 좇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故 이태석 신부, 잘 나가던 아나운서 생활을 정리하고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떠난 손미나로 부터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마가렛 버크 화이트까지. 모두 우리 눈에는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
'가슴이 시키는 일'이란 말은 참 매력적이다. 사실 이 책에 끌린 것도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흔히들 남녀의 연애사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머리로는 안된다고 하는데 가슴이 네게로 가라고 시켜." 가슴이 시키는 일이 진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 길을 무작정 따라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말합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풍요하다고 말합니다.
하늘이 주신 지금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항상 절망이 아닌 희망의 편에 섭니다.
분명 이 책은 고달픈 현실 속에서 뭔가 새로운 출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그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현실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은 그네들이 '가슴이 시키는 일'을 몰라서라기 보단 지금 당장 양 어깨에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너무 크고 중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 역시도 십여년전 평생의 밥벌이를 시작하려 할 때 같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분명 가슴이 시키는 일은 달리 있었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다보니 지금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도 십여년 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슴이 시키는 일'이 분명 존재하지만 가장이라는 어줍잖은 책임감이 그 꿈을 늘 다음으로 미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비록 조금은 초라한 모습일 지는 몰라도 가슴이 시키는 그 일, 그 꿈을 잊지만 않고 살아간다면 죽기 전에 마침내 그 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없다면 현실이 더 고달파질테니까.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말할 수는 없어도 내 방식대로 내 진짜 삶을 찾는 노력은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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