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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耽溺

사진이 취미인가? 카메라 바꿈질이 취미인가?

by 푸른가람 2007.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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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카메라, 렌즈 처분을 하려고 한다. 몇달전에 이미 1차로 대처분을 했으니 이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은 얼마 없다. 니콘 D80, F100 카메라와 시그마 15-30 광각렌즈, 탐론 28-75 표준줌. 단촐하지만 뭐 이것만 있어도 못찍을 사진이 없을거다.

D80. 내겐 다섯번째 DSLR이었다. 멋모르고 구입했던 D70s는 똑딱이와는 다른 사진찍는 맛을 가르쳐 주었지만 극악의 화벨로 인해 날 실망시킨 적도 많았다. 물론 RAW로 찍어서 후보정하거나, 커스텀화벨로 충분히 맞출 수 있을테지만 나의 귀차니즘은 결국 다른 핑계거리를 찾게 만들었다.

그렇게해서 잠시 외도를 했던 것이 그 색감좋다는 후지의 S1Pro. 비록 잠깐동안이었지만 역시 S1Pro의 색감은 듣던대로 신선했다. 하지만 또한번 극악의 바디 성능과 느린 리뷰는 날 화딱지나게 만들었고, 결국 한달도 못돼서 일프로는 날 떠나갔다.

지난해 9월 드디어 고민하던 캐논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구라핀, 캐논의 상술 등 안좋은 소리는 많았지만 궁금한 건 직접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모난 성격탓에 니콘 마운트의 모든 렌즈들도 모조리 헐값에 팔리는 비운을 맞아야만 했다. 고르고 고른 끝에 간택된 것이 바로 EOS 30D. 니콘 바디의 튼튼하고 믿음직스러운 외관에 비해 뭔가 허술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의 바디. 선입견 때문인지 찍고나서 리뷰해보면 뭔가 소프트해 보이는 느낌. 하지만 내겐 캐논의 구라핀은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건 있지도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다행히 내겐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난 캐논의 핀문제가 그리 심각한지는 잘 모르겠다. 캐논의 픽쳐스타일과 죠그셔틀을 이용한 편리한 인터페이스. 이또한 서른디의 장점중 하나일 것이다. 근 1년동안 서른디를 가지고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시기적으로도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장 왕성했던 시절이었던 이유도 한몫했겠지.

이렇게 만족스러운 30D를 두고도 난 다시 한눈을 팔고 말았다. 니콘 바디의 신뢰성과 후지 바디의 뛰어난 색감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괴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놈은 바로 후지의 S5Pro. 200만원대의 출시가. 사실 엄두가 안났다. 리뷰를 봐도 그렇고, 사용해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오프로 정말 좋다며 침을 튀기는데 사고는 싶은데 여유는 안되고...한동안은 또 고통스러운 고민의 연속이었다. 후지로 넘어가는 것은 다시 니콘으로의 귀환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많은 장비들을 또 한번 처분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다시한번 호기심 앞에 무릎꿇고 말았다. 어느 순간 내 손에 오프로가 자랑스럽게 안겨 있었던 것이다.

오프로는 듣던대로 훌륭했다.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캐논의 픽쳐스타일과 유사했지만 그 느낌은 확연히 틀렸다. 오프로의 느낌은 또한 일프로의 색감과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오프로의 기계적 성능은 아주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만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D200을 기반으로 한 바디치고는 많이 떨어지는 것도 부인하긴 어렵다. 아무튼 오프로를 가지고 한두달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도 봤고, 사진전 한두곳에 공모도 해봤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응모했지만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묘하게 시기가 맞물려 떨어졌던 것이다. 인사이동으로 인해 사진찍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모자란 사진실력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턱없이 부족할 실력이 비해 턱없이 비싼 카메라라....결국 실력에 엇비슷한 카메라를 찾아보기로 했다. 오프로는 다시 새주인을 찾아가고 말았다.

D200과 D80을 두고 하루이틀 고민을 거듭하다 역시 좀더 저렴한 녀석이 부담이 없겠다 싶어 팔공이 내수를 구입했다. 고만고만한 가격에 성능도 고만고만..화질도 고만고만..팔공이에 대한 느낌은 그렇다. D80은 많은 리뷰에도 나와 있듯이 가격대비 성능이 아주 뛰어난 기종이다. 보급기라고는 하지만 성능과 화질은 중급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니까..하지만 모든 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결정적으로 팔공이는 나완 궁합이 맞지 않았다. 별로 애착이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제 다시 팔공이를 장터에 내놓았다. 다음 기종은 무엇일까? 캐논 40D? 니콘의 D3, D300? 난 다시 캐논 서른디로 돌아가려고 한다. 수많은 카메라와 렌즈들을 사고 팔면서도 유일하게 마음이 짠했던 것이 바로 이 카메라다. 택배로 보내려고 포장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팔기가 싫어지던지..구매했던 분에게 다시 파실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니..아주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단다. 잘 쓰고 있다니 다행이면서도 아쉽긴 하다. 다시 핀문제(?) 없는 서른디를 구해야 할테니..

무엇보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좀 살아났음 좋겠다. 예전엔 잠시라도 시간나면 카메라 들고 나갈 궁리부터 했는데...잘 찍고 못찍고 간에 우선은 찍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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