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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박진만 감독, 더 늦기 전에 달라져야 한다

by 푸른가람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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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 라이온즈 전력을 상위권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없으니 최근의 뚜렷한 하락세를 코칭스탭 잘못으로 돌리기도 어려운 면은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기존 전력에 더해 스토브리그 기간에 FA 계약과 드래프트 등으로 통해 쏠쏠한 전력 보강에 성공한데다 이제 감독 2년차에 접어 들었으면 지난해와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박진만 감독의 운영에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쉬움은 구단에서 새로 영입한 정민태 투수 코치, 이진영 타격 코치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까지 확장됩니다. LG전 1-18 대패의 악몽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가 초반부터 투구수 조절에 실패하며 3회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코칭스탭의 무능함에 한숨이 납니다. 레예스는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강력한 스터프가 없는 투수 유형인만큼 이후의 투수 운용에 대해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비록 1, 2회를 실점없이 버텼다고는 해도 승부구가 없다 보니 타자들과 어렵게 승부할 수 밖에 없고, 당연하게 투구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승부구로 작정하고 던진 공들을 타자들이 커트하고 나니 코너 구석으로 유인할 수 밖에 없고,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볼넷이 남발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3회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내야 안타와 볼넷이 이어지며 위기를 자초한 상황에서 레예스의 투구는 이미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변화구 제구가 잡히지 않아 몸쪽 공들이 대부분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선발 투수 그 다음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덕아웃의 경기 운영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여전히 폼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김태훈을 중요한 승부처에서 올린 장면 역시 경기를 읽는 눈이 그다지 영민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지난해부터 박진만 감독을 지켜본 느낌입니다. 과거 왕조시절이라면 박진만 감독과 같은 스타일이 그렇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류중일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고 크게 게임에 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관중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워낙 전력 자체가 탄탄했기에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삼성 라이온즈는 부족한 전력을 감독의 지략과 센스로 극복해야 하는 팀입니다. 단계적인 전력 보강을 통해 차근차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형편이기에 지략가인 염경엽 감독이나 뚝심 있고 카리스마를 보유한 김태형 감독과 같은 스타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개인적으로는 판단합니다.

시즌 개막 초반의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얼굴에 함박웃음이 폈지만 행복한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쓸데없는 가정이기는 하나, LG와의 1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불펜의 힘으로 잘 지켜냈더라면 삼성의 시즌 초반은 지금보다는 희망적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선수들도 지난해 챔피언을 만나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함으로써 지긋지긋한 패배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고, 지난해와는 다른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상황이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시즌 개막한 지 겨우 일주일이 흘렀을 뿐입니다.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새로운 시도를 해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이 기다려주진 않을 겁니다. 신인 선수들의 성장이 유독 더딘 것에도 코칭스탭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역시 코칭스탭과 프런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기 운영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일신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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