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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가을비'에 힘낸 SK, 삼성 불펜 무너뜨렸다! - 삼성 vs SK 한국시리즈 3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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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DNA'를 되찾은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차전을 가져갔다. 전날 내린 가을비가 결국 SK에겐 '보약'이 됐고, 2연승의 상승세가 꺾인 삼성엔 독이 되고 말았다. 28일 문학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SK는 김강민의 쐐기 3점포 등 홈런 세방을 앞세워 막강 불펜의 삼성을 무너뜨리고 2연패 뒤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선발투수 데이브 부시가 경기 초반 강판당한 이후 3회에만 6실점하며 패색이 짙었던 SK는 큰 점수차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무서운 추격전을 펼친 끝에 심창민, 권혁, 안지만 등 삼성의 막강 불펜진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12-8의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한국시리즈에 첫 등판한 박희수는 충분한 휴식 덕분인지 힘이 넘쳤다. 1⅓이닝 동안 5명의 타자를 맞아 안타 하나를 내주긴 했지만 3개의 삼진을 빼앗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9회 등판한 마무리 정우람이 1실점한 것이 아쉬웠지만 SK는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17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회복세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삼성은 0-1로 뒤지던 3회 이승엽의 2타점 적시타와 최형우의 쓰리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믿었던 마운드가 도미노처럼 무너진 데 이어 야수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 승부처마다 터져나와 분루를 삼켜야 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지나쳐 느슨한 플레이로 이어지며 다잡았던 3차전을 놓친 것은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과 상처를 삼성에 남겼다.


▲ '불펜 붕괴' 삼성, 또한번 가을비와의 악연에 울었다.

27일 경기가 비 때문에 하루 순연되자 많은 SK 이만수 감독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1, 2차전 연패로 지쳐 있는 선수들에게 달콤한휴식을 줄 수 있어 한국시리즈 국면 전환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였다. SK는 포스트시즌에서 비로 순연된 다음 경기에서 두차례 모두 승리를 거뒀던 좋은 기억이 있었다.

3회초 SK 투수진의 갑작스런 난조를 틈타 삼성 타선이 6점을 뽑아내면서 가을비와의 지긋지긋한 악연도 끝나는 듯 보였다. 선발 투수 배영수의 볼끝에는 힘이 있었고, 불펜진도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초반 리드에 한껏 고무된 벤치도 3차전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몰린 SK 선수들의 투지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SK는 1-6으로 뒤지고 있던 3회말 1사 후 최정의 2루타를 시작으로 박정권과 김강민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따라 붙으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 점수는 배영수의 강판을 불러왔고, 결국 SK가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SK의 추격에 화들짝 놀란 류중일 감독은 4회부터 불펜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조금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지만 당시 상황으로선 SK의 상승세를 잠재우기 위한 극약처방이 불가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경기 분위기는 SK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 뒤였다.

두번째 투수로 오른 차우찬은 4회 선두 타자 박진만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고 이어 나온 심창민도 긴장감 속에 폭투를 범하며 한점차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후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된 6회 SK 타자들은 권혁, 안지만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를 상대로 5안타(1홈런 포함) 1사사구로 공략해 대거 6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는 집중력을 뽑냈다.

1, 2차전에서 빈타에 시달렸던 SK 타자들은 박재상을 제외한 선발출장 타자가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하루 더 주어진 휴식이 SK 타자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준 반면, 삼성 투수들에겐 예기치 못했던 동반 부진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 '썩어도 준치' 박진만 vs 결정적 실책에 고개 떨군 김상수

SK의 3회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실책이었다. 진갑용의 볼넷에 이은 김상수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SK 선발투수 부시가 1루에 송구 실책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부시는 다음타자 배영섭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켜 루를 가득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 주자들이 이후 모두 홈을 밟으며 SK는 초반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물샐틈 없는 수비를 자랑하던 삼성 역시 무언가에 홀린 듯 실책을 연발했다. 4회 정근우의 2루 도루 시도를 저지하려던 포수 진갑용의 송구는 김상수의 글러브에 맞고 외야 쪽으로 굴러 갔고 이 틈을 노려 3루까지 출루한 정근우는 이후 심창민의 폭투 때 홈을 밟았다.

6회말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은 이날 승부의 흐름을 갈라놓았다. 7-6 한점차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6회 1사 1, 3루에서 김상수는 SK 3번 타자 최정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잘 잡아냈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1루에 악송구하며 스코어가 7-8로 뒤집혔다. 이어 안지만이 김강민에게 쐐기 석점포를 얻어 맞는 순간 김상수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삼성으로선 SK 유격수 박진만의 공수에 걸친 활약에 쓴 입맛을 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날 경기 출장으로 포스트시즌 101경기에 출장한 박진만은 4회 추격에 불씨를 당기는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유망주 김상수로 인해 삼성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박진만으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3차전이었다.

▲ 베테랑답지 못했던 배영수, 한국시리즈 2연패에도 '빨간 불'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윤성환은 5⅓이닝 4피안타 1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팀 승리를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어 심창민이 1사 1, 2루 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오승환은 8회 2사 후에 마운드에 올라 네 타자를 범타로 막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삼성표 승리 방정식이었다.

이어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장원삼은 6이닝 2피안타(1홈런) 2사사구만을 내주며 단 1실점으로 SK 타선을 막아냈다. 3회에만 6득점을 올린 화끈한 타선의 득점 지원 덕분에 여유있는 피칭으로 한국시리지 1승을 추가했다. 고든, 정현욱, 차우찬이 이어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마운드에 올라 SK의 추격을 뿌리쳤다

배영수가 등판한 3차전에서 좋았던 흐름이 끊겼다. 배영수는 1회 선두타자 정근우와 성급한 정면 승부를 벌이다 2루타를 얻어 맞으며 1회 1실점하며 끌려 갔고, 팀 타선이 6-1까지 점수를 벌려 준 3회에도 2점을 내줘 SK에 반격의 빌미를 내주고 말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답지 않은 부진한 피칭 탓에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211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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