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주제였던 사주명리학에 관해 쉽게 풀어 쓴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을 쉬엄쉬엄 읽어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350쪽이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사주명리학의 뿌리와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주팔자나 정감록 얘기도 나오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이라는 이름도 여러차례 언급된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깊에 뿌리내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명리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어느 으슥한 뒷골목에 대나무가 꽃혀있는 점집들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주명리학의 이미지다. 인터넷에 수많은 사주카페들이 성업하고 있지만 그저 재미삼아 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부터 그동안 이 분야에 많이 무지했음을 절감하게 됐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음지에 갇혀있던' 사주명리학의 '학문적 시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함도 인식하게 됐다. 마치 다이아몬드에 누런 똥이 발라져서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현재의 사주명리학에서 냄새나는 똥을 닦아내고자 하는 조용헌 교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사주명리학 내부적으로는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부분인 사주명리학의 진면목을 일반인들에게 바로 알리려는 시도 또한 절실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저 현재의 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척당해서는 안될 학문이자 기술이지 않은가.
이름난 역사 속 인물들은 모두 하늘을 보고 미래를 점쳤고, 사람을 바로 보는 밝은 눈을 가졌었다. 그것이 비단 그들의 타고난 능력 덕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명리학의 체계 속에서 이어받았을 것이고,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또 어디에 숨어있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사주명릭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만 간다.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편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기초부터 하나하나 좀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깊게 공부하고 수련하면 나도 밝은 눈을 가질 수 있을까.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행복한 일일까.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다시 책을 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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