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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바다 옆에 놓인 사막을 걷다 - 신두리 해안사구

by 푸른가람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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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사막을 걷고 있다. 몇 걸음을 떼면 이내 신발은 모래투성이가 된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온통 입속에 모래 알갱이들이 사각거리는 게 느껴진다. 태안반도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라는 곳이다.

사구라고 부르는데 모래 언덕이란 뜻이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파도에 밀린 모래가 바닷가에 지속적으로 쌓이고, 썰물 때면 햇빛을 받아 물기가 빠지면서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가 쌓이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선물이 아닐까 싶다.

충남 태안 해안은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으로 강한 바닷바람에 의해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언덕을 이뤘다. 내륙과 해안을 이어지는 완충지대 역할과 해일로부터 내륙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세계 최대의 해안사구이다.

전체 길이가 3.5km 폭은 200미터에서 넓은 곳은 1.3km, 제일 높은 곳은 4.6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해안사구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조금 걷다 보니 누군가 모래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흔적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관람로를 벗어나 모래언덕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하지마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인가 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가 끝난 후 1만 5천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서쪽 황해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이 사빈의 모래를 태안의 바닷가에 차곡차곡 쌓아 커다란 언덕을 이룬 것이다.

신두리 사구 곁에는 잔잔한 서해바다의 물결을 닮은 넓은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고운 모래로 된 해변은 물이 맑고 깨끗해 물속이 훤히 보인다. 뭔가에 이끌리듯 바닷 속으로 걸어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바다다. <단적비연수>, <해변의 여인> 등의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모래 알갱이들이 날아왔을지 헤아리기 어렵다. 햇빛에 비치면 마치 금 부스러기들이 반짝이는 듯 하고, 한 움큼 손에 쥐면 너무도 고와서 금방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근처에 큰 규모의 펜션단지가 들어서면서 사구를 크게 훼손했다고 한다. 주변 지형의 변화는 북서계절풍이 바닷가의 모래를 실어 나르는 일련의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쓸모없던 모래땅이 자연의 선물로 각광 받으면서 오히려 제 모습을 잃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 역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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