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

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by 푸른가람 2013. 1. 20.
728x90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과 접하게 된다. 좋은 만남은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함성호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그렇다. 물론 건축가이자 시인이며 다재다능한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 권을 통해 내 삶의 폭이 지금껏 살아오던 것 보다는 좀더 넓어지게 된 것 같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서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책에 소개된 명작들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떠났었다. 책 몇 줄 읽는다고, 비슷하게만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서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건축가 함성호가 쓴 '반하는 건축'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 제목인 '반하는 건축' 역시 다분히 중의적이다. 시대에 반(反)하는 건축, 공간에 반[惑]하는 건축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책을 읽을수록 인문학적 지식의 부재가 건축의 이해를 가로막는 하나의 요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다. 소설이나 감성적 에세이 한편 읽듯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 여러번 곱씹어 읽어봐도 지은이가 전달하려는 속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느낌이다. 그러기에는 건축이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을 그 안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다. 한걸음 다가 갈수록 그 실체는 더 멀어진다.

건축이란 것이 건물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는 실용성만 갖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경제성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천편일률적인 주거형태에 편중된 요즘 건물들에서 과연 건축가 함성호가 얘기한 인문학적 사유를 떠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철학은 돈 앞에 무용지물이고, 인문학은 위기를 맞은 지 이미 오래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함성호는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건축이라는 공간 체험 예술 속에 어떤 욕망가 사회적 담론들이 담겨 있는 지 밝혀보려 했다는 지은이의 말에서 추론할 수 있다.

건축가 김중업이 1980년에 설계했다는 속초의 바다호텔은 환상적인 상상력 그 자체다. 소쇄원의 전통적 공간을 해체하여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토마스 한의 작품은 난해하다. 나같은 문외한이 건축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정치적 선전을 위한 광고탑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딱 그것 정도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