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탈락 위기까지 내몰렸던 백정현이 다시 '백쇼'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백정현은 8회 원아웃까지 단 한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키움의 외국인타자 러셀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프로야구 첫 퍼펙트게임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백정현의 부활쇼는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백정현의 2023년 시즌 출발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제4선발로 낙점받기는 했지만 벤치의 신뢰는 두텁지 못했고 성적 또한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정규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던 4월 6일 한화전부터 삐끗했습니다. 2이닝 5피안타 3사사구를 내주고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선발투수들의 연이은 부진이 계속되던 시점에서 박진만 감독은 "한번 더 보겠다"는 말로 백정현을 향해 묵직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4월 12일 SSG전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5이닝 4피안타 1실점하며 벤치에서 기대하던 모습을 보여준 백정현에게 어제 경기는 그의 야구인생을 통틀어 손꼽을만한 최고의 피칭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퍼펙트 피칭이 깨졌던 러셀의 내야안타 타구 또한 백정현의 글러브에 닿지 않았더라면 유격수 이재현에게 넉넉하게 잡힐 타구였다는 면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백정현 또한 대기록에 대한 욕심을 분명히 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3회부터 의식했다"고 밝혔고 야구장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공기를 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퍼퍽트 게임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던지려 한 덕분에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고 전매특허같은 제구력이 되살아나니 키움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날 백정현의 직구 최고구속은 138km/h에 불과했습니다. 문동주, 안우진 등의 내노라하는 파이어볼러들을 필두로 160km/h 구속 경쟁이 한창이지만 사실 투수가 공만 빠르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기본은 제구에 있습니다. 그동안 백정현이 '백쇼'라는 별명을 얻으며 프로 무대에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던 것 또한 안정적인 제구에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이 호투와 난조를 이어가고 있고, 주축 타자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백정현의 눈부신 피칭은 박진만 감독에게 큰 위안거리가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이날 승리로 시즌 6승(8패)째를 기록한 삼성은 승패 마진을 -2로 줄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중위권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한 셈입니다.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 어떻게 맞춰질 지 또 오늘 경기를 지켜봐야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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