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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2

밤 열한 시 - <생각이 나서>, 그 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 작가 황경신은 밤 열한 시를 두고 참 좋은 시간이라 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이며,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어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포기하기에도 괜찮은 시간이라며.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이라서 참 좋단다. 요즘의 내게 있어서 밤 열한 시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고,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시간은 내 삶에서 부재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기는 하되, 무위의 시간이라서 도통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서.. 2015. 9. 18.
생각이 나서 - 황경신 한뼘노트 "생각이 나서"란 말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왜 전화했어? 혹은 어쩐 일이야? 라는 물음에는 빙긋 웃으며 "그냥...생각이 나서..." 이런 대답이 제격이다. 얘기하려면 정확한 이유를 대지 못할 것도 없지만, 또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사이 같아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다. 라는 따뜻한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낸 황경신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주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PAPER라는 잡지를 사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잡지의 앞뒤 어디에선가 분명 그녀의 이름을 봤던 것 같다. 황경신의 글에서는 여전히 PAPER 냄새가 난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하는 얘기니까 아예 향기가 난다고 해 볼까?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은 흔하다. 사진과 글이 적당.. 2015.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