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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8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산사에서 만나는 눈부신 고요와 적멸의 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스며들어 있다. 이산하 시인이 펴낸 에는 5대 적멸보궁,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이름난 고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만족스런 산사 기행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인답게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적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평이나,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는 안도현 시인의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인.. 2017. 1. 11.
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여행 에세이류는 언제나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이름난 작가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제 아무리 '듣보잡'이라 한들 여행과 사진에 관한 책은 허투루 보아 넘기기 어렵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조은 시인의 여행산문집을 아주 우연하게 발견하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구매했다. 2009년 11월에 초판 1쇄가 나왔으니 한참 지난 책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오래된 사진과 글들을 통해서 이제는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를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되살려 추억해 볼 수도 있으니 더욱 좋다. 조은 시인의 여행 에세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잘 숙성된 음식을 맛보는 것과도 같은 묵직함과 깊음이 묻어 나오는 글들이었으니. 역시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른 것 같다. 그럼으로 인해 얼마간의 간격과 괴리가 느껴지기는 .. 2015. 2. 16.
남자의 여행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란 책은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다소 거창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 덕분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것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가까와지지만, 사실 남자의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행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성별의 차이라기 보단, 성향의 차이일 것이고 자라온 환경 속에서 자아가 어떤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남자의 여행이라고 해서 여자가 떠나는 여정과 이러이러한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산 것이 아닌지라 오히려 호기심이 더 컸다. 나도 절을 참 좋아라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유명종이란 사람도 절.. 2014. 3. 30.
법보사찰 해인사의 전나무숲에서 배우다 가야산 소리길을 걷고 나서 해인사에 들렀다. 물론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 팔만대장경을 모셔놓고 있는 법보사찰로 유명하다.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보 사찰 가운데 하나다.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찾는 발걸음이 더 늘어난 것 같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 경내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걸려 있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5월의 신록이 산을 타고 오르고,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며 제 각각의 색이 마치 점으로 아로 새겨지는 요즘이 절을 찾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무심히 지나는 바람 소리, 계곡의 세찬 물소리에도 불심이 가득 차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 2012. 5. 14.
신록이 물드는 가야산 소리길에서 깊고 청명한 소리를 찾다 가야산 해인사를 여러번 다녔으면서도 '소리길'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그 말이 천고의 진리인 것 같다. 차로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을 지날 때마다 "이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걸어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람들의 욕심은 다들 비슷한 가 보다. '가야산 소리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이 생태탐방로는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지난해 3월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이 공동 투자해 조성에 나서 마침내 9월 16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대장경 축전장에서 시작해 무릉교와 최치원 선생이 풍류를 즐겼다는 농산정을 거쳐 해인사 영산교에 이르는 6km 코스다. 5월의 신록이 하루하루 세상 풍경을 바꿔주고 있는 요즘도 참 좋지만 단풍이 곱게 물드는.. 2012. 5. 12.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드디어 해인사를 다녀 왔습니다. 물론 해인사는 지난해 봄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해인사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찾았을 때는 때아닌 폭우로 입구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기억도 있네요. 모처럼 따뜻한 봄날씨에 가볍게 나들이 다녀오는 기분으로 합천을 향해 떠났습니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만만찮습니다. 물론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이 붙긴 하지만 사찰을 들어설 때 입장료를 내는 기분은 좀 찜찜하긴 합니다. 성보박물관 앞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해인사를 향해 올라 갑니다. 이곳에서 해인사 까지는 약 1km 정도의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있어 맘만 먹으면 쉽게 해인사에 당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산사를 찾아왔으.. 2011. 3. 18.
봄을 찾아 떠나는 2박3일 남도 여행 행선지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남도 여행을 생각중입니다. 이왕이면 봄이 한창인 때가 좋겠지만 어느 날이 될 지 기약하긴 어렵네요. 언제라도 시간이 난다면 바로 달려갈 생각입니다. 일단은 2박 3일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강원도, 충청도...여러 곳을 궁리해 보았는데 그래도 봄이 가장 일찍 오는 전라남도 쪽이 좋을 거 같습니다. 혹시 운이 좋으면 매화나 동백꽃을 만날 수도? 첫 행선지는 해남 미황사가 되겠습니다. 대구서 거리가 무려 330km네요.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10여분.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네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좁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하긴 해남은 우리나라 육지의 땅끝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가령 강원도 고성에서 이곳을 가려면 얼마나 걸릴 지.. 2011. 2. 21.
푸른 숲과 시원스런 물소리로 가득한 승보사찰 송광사 3년쯤 전이었던가. 전라도 쪽을 홀로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이름난 명소가 많은 순천에 들러 낙안읍성, 순천만 등을 구경하고 나니 또 시간이 빠듯했다. 남은 곳은 송광사와 선암사.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 끝에 그 유명한 승선교를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에 선암사를 선택했었다. 물론 그 선택은 훌륭한 것이었지만 아쉬움도 컸다. 계곡 아래에서 이런저런 구도로 승선교의 아름다움을 담아 보려고 애쓰던 그날의 기억이 난다. 입구에서부터 선암사에 이르는 산길의 느낌도 좋았다. 계곡을 따라 거닐며 맑은 공기와 푸른 신록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활력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옥의 티가 있었다면 경내에 이런저런 공사로 어수선했다는 정도. 그래서 선암사를 다녀왔지만 대웅전이며 여러 전각들의 사진은 남아 있지가 않다. 그 끝이 보.. 201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