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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13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일본의 유명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가진 이 일본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 출간된 원저의 제목은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인데 이 역시도 무척 인상적이긴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스타일의 책이다. 사진을 매개로 한 일상의 삶을 관조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의 글. 이 책에는 모두 열 네편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글들이 일본에서는 한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잡지나 신문에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있었다는 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에 .. 2011. 7. 31.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를 생각하면 늘 루앙 프라방이 떠오른다.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2년쯤 전에는 지구상에 그런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시작으로 최갑수의 책을 여러권 읽고나서는 '최갑수 = 여행 = 루앙 프라방' 이라는 등식이 저절로 성립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지금 그는 우기의 루앙 프라방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어야 하는 치욕과, 밥을 벌어야 하는 숭고함 사이에서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리고 삶이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메콩강가에 지는 붉은 노을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그에게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찾는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라는 제목이 독특하다. 설마 구름 그림자의 속도가 시속 3km에 불과.. 2011. 7. 26.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 사찰여행 42 까닭 모를 절에 대한 이끌림으로 선택한 책이다. 올해초에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의 작은 절 마흔 세곳을 소개한 '절은 절하는 곳이다'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라는 부제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지은이 유철상이 10년간 다녀본 절집 가운데 마흔 두곳을 소개해 놓았다. 여행전문기자라는 지은이의 전력이 책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42곳의 사찰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많이 알려진 명찰들이다. 제일 먼저 차례를 펴보니 마음, 휴식, 수행, 인연, 여행의 다섯 편으로 이어진 사찰들 중에서 나의 발길이 닿은 곳도 꽤 되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열 세곳의 절집에 먼저 눈길이 갔다. 책의 순서를 무시하고 우선은 발길이 닿지 않.. 2011. 7. 25.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이라는 사람을 처음 본 것은 십여년쯤 전이었다. 그 무렵 그는 대구 번화가의 어느 쇼핑몰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이벤트의 MC를 맡고 있었다. 첫 대면에서부터 그느 여느 진행자와 다르게 느껴졌었다. 구수한 입담과 물 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은 절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아~ 이 사람, 조만간 서울로 진출하겠군' 모두의 예감대로 그는 몇년 후 서울 입성에 성공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라는 지상파 TV 음악방송에 얼굴을 내비친 것이었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그가 단박에 연예계에 진출해 갖가지 어록을 남기며 대중의 큰 인기를 한몸에 받았으니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 수 밖에. 그는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인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려면 우선은 스스로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2011. 7. 24.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행복을 찾고 싶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이 책 속에 있는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제목만 보고서 구입하게 된 것이 바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책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책만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3월의 어느날.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충청도 땅으로 떠났다. 여행지에서의 첫 날 꽤 야심한 시각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빠져 들었다. 꽁지작가 공지영의 목소리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난 이렇게 책 보다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지리산 행복학교를 먼저 접하게 됐다. 덕분에 나중에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과 장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등등 .. 2011. 7. 18.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정말 아쉽군요. 이것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은 막을 내리는 건가요? "아뇨.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거죠." 아침이 오면 당신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법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만나게 되는 글들이다. 읽고 또 읽다보면 긴 여운이 남는 글이기도 하다. 어차피 인생 자체가 긴 여정이다. 굳이 어딘가를 향해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매일 인생이라는 이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갑수의 말처럼 좀더 열심히, 맹렬히 살기 보다는 나를 좀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여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장소, 그리고 내가 심히 공감하는 글이 있어서 좋다. '가을로'라는 영화는 내게.. 2011. 4. 28.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한편의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또 다른 드라마 한편으로 그는 일본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동아시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가 일본에서 열렸던 한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혹시 추천해 주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나 명소가 있는가...이 질문에 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 일이 그가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결국 이 책을 쓰게 된 연유가 되었다. 서툴지만 진지하고 싶었던 여행의 기록이라고 적혀 있다. 참 마음에 드는 글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국사람들에게 자랑스레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문화라는 것은 우리가 공기를 호흡하고 살듯 자연스럽게 접해 왔던 것이었을 뿐, 공부하고 깊이 성찰해 볼 대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류 스타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2011. 3. 20.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 본문 중에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까닭없이 미움을 많이 받는다. 받았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말이다. 그에 대한 메이저 언론들의 비난과 조롱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됐다. 차라리 그가 대구에서 출마한 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왜 보수 언론들은 유시민을 가만 놔두지 않는 걸까? 물론 그 중에는 유시민 본인이 그 논란을 자초했던 부분도 많았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좇아 행동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마.. 2011. 3. 17.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없는 게 의사라는 직업이다. 하긴 그럴 실력이 안돼서 엄두도 못내겠지만..개인적으로 되돌아보니 나 역시도 병원생활을 꽤 여러번 한 기억이 난다. 내가 입원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모두 가족들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특유의 병원 냄새는 지금도 여전히 거북스럽다. 병원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들은 다들 절실히 느낄 거다. 건강이 최고다는 말이 얼마나 뼈저리게 느껴지는 지를 말이다. 특히나 완치의 가망이 없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은 죽음을 예정하고 남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병원은 어쩌면 지옥과도 같은 곳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런 곳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 병마와 싸워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한 의사 선생님의 글이 이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2011. 3. 17.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고상한 프랑스 느낌이 난다. 어느 유럽의 고풍스런 도시가 아닐까 상상했었는데 아니었다. 루앙프라방은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라오스 제2의 도시란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전체 인구가 4만에 불과하고, 시내에 상주하는 인구는 겨우 8천명이라고 한다. 인구 4만의 도시가 제2의 도시라니 잘 믿기진 않지만 정말이란다. 백과사전을 검색해 봐도 그렇게 나오니 믿을 수 밖에 없다. 또하나 빠뜨리면 안될 사실은 이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 유적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뽑혔다고 하니 작가 최갑수가 그 매력에 푹 빠질만도 하다. 그 도시가 가.. 2011. 3. 13.
파페포포 안단테 - 지금의 내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우리시대 최고의 카투니스트 심승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파페포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파페포포 안단테다.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이년이 가까와진다. 이 책이 새삼 생각났던 이유는 뭘까? 지금 내 삶에 안단테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일이 안풀려 조급해 질 때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괜히 화가 날 때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생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을 잘 전달하고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고맙다. 책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부터는.. 2011. 3. 12.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제목의 이 산문집은 박완서님의 마지막 에세이다. 최근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는 제1부 내 생애의 밑줄, 2008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은 제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 등 그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세 분에 대한 이야기인 제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나누어져 있다. 책머리에서 그녀는 생애의 마지막에서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 행복하다 썼다. 글쓰기는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그녀를 구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하니 하늘나라로 떠나셨어도 그곳에서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을 끄적이고 계시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 끌리게 된 건 아마도 제목이 주는 힘이 컸을 것이다. 못 가본 .. 201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