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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4

역사평설 병자호란 - G2시대의 비망록 애시당초 역사에 가정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돌이켜 보면 수없이 많은 치욕의 기억이 존재할테지만 나는 양란의 시대인 선조와 인조 재위 때를 포맷하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지금의 우리 형편을 보고 '헬조선'이라 비하하지만, 전쟁터보다 더한 지옥은 아마 현실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국된 후 200년이 흐른 1592년, 조선은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섬나라 오랑캐라 얕보았던 일본의 침략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물렸다. 일본의 도발 징후가 뚜렸하게 감지되었음에도 조선 조정은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아니,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 보자면 그들은 엄연히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고단한 미래에 애써 눈감고 싶었다.. 2015. 12. 27.
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심도 있는 역사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가 쓴 책에 어울리는 적당한 깊이와 또 적당한 재미가 곁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를 지은 조민기의 이력이 이채롭다. 그는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후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칼럼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딱딱하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 지나간 역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게 읽혀질 수도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재미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덕분이다. 라는 다소 섬뜩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조선의 임금 자리에 올랐던 아홉 명의 군주와, 임금이 되지 못했던 세 명의 세자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의.. 2015. 8. 19.
왕과 아들 -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아비와 자식 사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권력이나 금전이 개입하면 그 긴밀한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서 펼쳐지는 최고 권력자 '왕'과 그의 후계자인 세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불협화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 소재로 자주 사용되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과정을 그렸던 대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는 아버지 못지않은 야심가였던 이방원과 태조 이성계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잘 묘사됐었고, 몇 해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산'에서는 뒤주 속에 갇혀 죽임을 당했던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참담함이 잘 나타나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강문식, 한명기, .. 2013. 7. 24.
'남한산성'에서 병자년 매서운 추위를 느끼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한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마치 내가 수백년의 세월을 거슬러 병자년 그 매섭던 추위 속에 내동댕이 쳐진 것만 같은 애처로움이라고 할까. 작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국사를 배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병자호란, 그리고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역사적 아이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랑캐라 멸시하던 수십만 외적에 국토를 유린당하고 인조 14년(1636) 12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궁벽한 남한산성에 갇힌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혹한의 추위 속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성을 지켜야 하는 군사들과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 지위 고하를 떠나서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한없이 가여운 존재들이다. 그 참담한 심정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전쟁에 이길 .. 2011.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