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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3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산사에서 만나는 눈부신 고요와 적멸의 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스며들어 있다. 이산하 시인이 펴낸 에는 5대 적멸보궁,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이름난 고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만족스런 산사 기행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인답게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적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평이나,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는 안도현 시인의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인.. 2017. 1. 11.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 - 한장의 사진으로 만나는 여행의 절정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은 더도 말고 딱 '사진 한 장'으로 결정된다. 여행기자로 이 분야에선 이름이 난 네 명의 작가들 또한 머리말에서 이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 한 장이 깨알 같은 글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가슴의 먹먹함을 말끔해 해소시켜 주는 '짠한' 사진 한장을 봤을 때 우리는 떠날 채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기자들은 사진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운 풍경, 소개시켜 주고 싶은 명승지가 있다고 해 보자. 제 아무리 하늘이 내려 준 글쟁이라고 한들 사람의 마음을 쉬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사진은 다르다. 잘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미 여행지로 옮겨다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고, 여행기자들이 한 장의 .. 2013. 5. 9.
선운사의 꽃무릇은 지고 단풍은 불타 오르고.. 선운사는 꽃이 있어 아름다운 절인 것 같습니다. 봄이면 동백꽃이,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이, 그리고 가을이면 꽃무릇이 붉게 타올라 절을 가득 채우니까요. 겨울을 제외하곤 사시사철 붉디붉은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난다지만 이것도 시기를 잘못 맟추면 허사입니다. 꽃이란 것이 또 언제 피었냐는 듯이 소리도 없이 져버리니까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 유명한 선운사 꽃무릇을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11월을 지척에 둔 늦가을의 선운사는 선홍색 꽃무릇이 아닌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향해 불타 오르고 있었습니다. 꽃무릇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선운사로 가는 숲길과 경내를 가득 채워주는 단풍이 있어 그나마 덜 외로웠던 게 아닐까 싶네요.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에 자리잡고 있는 선운사는.. 2010.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