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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8

한국의 서원 -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책 표지에 실린 사진이 인상적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한창 깊었나 보다. 눈에 익은 풍경이긴 하지만 어느 서원의 풍경일지 그저 추측할 뿐이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으로 전국에 있는 여러 서원들을 두루 유람했다. 전문적인 시각이 없으니 답사라기 보단 유람이 적당하겠다. 서원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던 차에 만난 이 책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자문위원이자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균 선생의 에는 서원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에 이어 진입공간, 강학공간, 제향공간, 유식공간, 정원과 장식으로 나눠 세부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미리 이 책을 일독하고 서원을 찾아 다녔으면 좀더 깊이 있는 공부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든다. .. 2018. 8. 18.
배롱나무꽃의 붉은 빛으로 더욱 아름다운 병산서원 역시 여름을 빛내주는 것은 배롱나무꽃이다. 온통 녹음이 짙어가는 밋밋한 여름 풍경 속에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빛은 확실히 돋보인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과 온 산하가 울긋불긋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이어주는 고마운 꽃이다. 하루 이틀 몰래 피었다 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명옥헌원림에 배롱나무꽃이 만개했다는 소식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8월 초는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봄꽃 소식은 남도에서부터 전해지건만 배롱나무꽃은 좀 다른가 보다. 우리 지역엔 벌써 한참 전부터 활짝 피었는데 담양은 조금 느린 듯 하다. 기다림이 조금 지겹긴 해도 그 끝에 멋진 절경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배롱나무꽃을 보려 굳이 멀리갈 필요는 없다. 근.. 2013. 7. 28.
겨울의 한가운데, 병산서원에 잠시 머물다 상상하거나 기대헀던 모습은 아니었다. 하얀 눈 속에 포근하게 담겨진 병산서원을 마음 속으로 그려봤었지만 며칠 계속된 따뜻한 날씨에 쌓였던 하얀 눈밭은 어느새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가려져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 비단 눈 속 풍경만은 아니겠지만 눈이 녹아내릴 때처럼 추한 모습도 또 흔치 않다. 앞서 걷는 연인들의 투닥거림에 신경이 쓰인다. 질퍽한 길을 걷기 싫어하는 마음이 걸음걸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가씨의 끊임없는 불평이 남자 친구에게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좋은 곳에 놀러 와서 싸우고 가면 안되지. 오지랖 넓은 참견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간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눈 맞추며 사랑을 재잘거릴 그들이 아니던가. 여느 때처럼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 밑에 다다른다. .. 2013. 2. 6.
병산서원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병산서원 역시 내겐 그런 곳 중 하나다. 선명하던 가을 햇살이 서편으로 내려앉을 무렵 만대루에 앉아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느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만대루엔 여전히 오를 수 없다. 만대루에 올라보질 않았다면 병산서원엘 와본 것이 아니다. 만대루는 병산서원의 시작이요, 또한 그 끝이기 때문이다. 2013. 1. 20.
흙먼지 날리며 병산서원을 다녀오다 모처럼 병산서원에 다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곳입니다. 하회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지나 낙동강변 쪽으로 좀더 들어오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길입니다. 차라도 한대 지나갈라치면 온통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요즘같은 세상에선 쉽게 만나기 힘든 길이기도 합니다. 처음 병산서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했었지요. 그때는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하기만 한 이 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병산서원 가는 길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하루빨리 포장작업을 하도록 안동시에 건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또다른 마음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 있.. 2011. 7. 7.
이제는 오를 수 없는 병산서원 만대루 병산서원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하회마을 부근에서 낙동강을 따라 난 비포장길을 한참 들어가면 이 아름다운 서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병산서원은 건물 자체의 건축미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국 서원 건축의 백미로 일컬어질 정도라고 합니다. 굳이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곳에 서면 누구나 마음에 감동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병산서원을 향하면 마주하게 되는 풍경입니다. 멀리 복례문이 보이고 양 옆으로 배롱나무가 도열해 있습니다. 붉디붉은 배롱꽃이 꽃망울 터뜨리는 계절이면 더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하게 됩니다. 서원은 통상 강학과 제향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병산서원은 크게 네개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복례문과 광영지, 만대.. 2011. 2. 11.
낙동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상주 도남서원 계절이 한겨울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도남서원에서는 인적 조차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도남서원 바로 옆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알리는 표지판 아래 중장비들이 작업에 열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서원 안의 적막감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안동의 병산서원이 낙동강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것처럼 이곳 도남서원도 그에 못지 않은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병산서원에 비해 일반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타지에서 오는 여행객들은 물론 인근의 상주시민들 조차 도남서원의 존재를 모르고 사는 이도 많을 겁니다. 도남서원이 위치한 상주시 도남동 일대는 지금 큰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즈넉한 전형적.. 2010. 10. 28.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세상을 잊고 나를 찾는 시간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느낌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번잡한 속세와 떨어진 사찰, 서원 등 오래된 건축물에 들어서면 누구나 심적 평안을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치 시간이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 복잡다단하게 흘러가는 세상일엔 전혀 무관심한 듯한 자연에 동화되는 듯한 기분은 병산서원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처음 병산서원이란 곳을 찾게 된 것도 역시 사진이란 취미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06년 여름쯤 안동으로 1박2일 동호회 출사를 떠나게 된 것이 병산서원과의 첫 만남이었던 셈이다. 출사코스 중에 한곳으로 하회마을 인근의 병산서원을 잡았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병산서원에 대해 전혀 무지했었다. 하물며 하회.. 2009.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