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1 밤 열한 시 - <생각이 나서>, 그 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 작가 황경신은 밤 열한 시를 두고 참 좋은 시간이라 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이며,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어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포기하기에도 괜찮은 시간이라며.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이라서 참 좋단다. 요즘의 내게 있어서 밤 열한 시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고,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시간은 내 삶에서 부재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기는 하되, 무위의 시간이라서 도통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서.. 2015.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