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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은 집 절2

비암사에 아니오신듯 다녀가소서 비암사는 크지도 않고,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찰도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 충청도 일대를 돌아다녔을 때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행선지에서 뺐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마음이었는 지는 지난해 봄에 찾았던 개심사, 그리고 마침내 지난 겨울에 찾았던 비암사를 직접 다녀오고서 깊게 깨우치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절이 한 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비암사는 규모가 작다. 극락보전, 대웅전, 명부전, 산신각 등 당우들이 단촐하니 사각형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구석구석 어디를 다녀봐도 깔금하게 잘 정돈된 모습에서 보살님들의 부지런함을 짐작할 수 있다.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절이라서 참 좋다. 비암사를 찾았던 그날의 날씨도 그러했다. 2월 중순이었지만 그날은 마치 시간이 한달이나.. 2012. 3. 10.
바람이 지은 집 절 세상 모든 절집은 바람願이 지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바란다. 흔히들 '이것만 이루어지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말을 한다. 대부분 그 바람은 무망하다. 바람의 목록은 무한정 늘어난다. 비루한 욕망에서 해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행복해지기 위한 바람이다. 그 간극은 아득하여서 야차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에 걸친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불보살이 우리 곁으로 왔다. 절집이 우리 곁으로 왔다. 나는 절을 좋아한다. 불심이 충만한 신자도 아니건만 목적지 없는 떠남의 끝에는 늘 절이 있었다. 그런데 절에 갔다고 해서 법당에서 절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다. 엄밀히 말하자면 절 자체 보다는 절과 속세의 경계를 그어 주는 듯 상쾌한 절의 숲길과 오직 바람이 울려주는 풍경 소리만이 고요함을 일깨우는 그 느낌.. 2012.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