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담양 소쇄원8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옛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우리 건축 기행 만약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다시 태어난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건축가로서의 삶이다. 물론 현세의 나의 능력과 재주로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란 것도 잘 안다. 그러기에 빼어난 건축을 자유자재껏 만들어 내는 뛰어난 건축가들과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하나의 풍경이 된 명품 건축들을 보며 경탄을 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자란 것을 채우러 오래된 건축들을 보러 다니곤 한다.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아야 건축이 지닌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지 기약은 없다. 하지만 끊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을 통해 예기치 못했던 놀라움과 경탄은 물론 치유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으니 마치 더듬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곤충마냥 깜깜이로 떠나는 답사 여행이 고난의 길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처럼 문외한이.. 2015. 5. 25.
명묵의 건축 - 한국 전통의 명건축 24선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낯설다. 건축가 김개천이 한국 전통의 명건축이라 자랑스럽게 소개한 스물 네 채의 건물들은 한결같이 우아하고 기품이 넘친다. 건축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좋고, 이쁘고, 아름다운 것 쯤은 구별할 줄 안다. 그것이 명품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일 것이다. 이란 제목부터가 어렵다. 저자가 전통 건축의 명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얘기하고자 했던 바가 이 짧은 제목에 함축적으로 녹아들어 있을테지만 그 깊은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각각의 건축에 붙여진 자세한 설명과 관조스님이 남긴 사진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그 의미를 짐작해 보려 애써 볼 뿐이다. 전문 건축가가 아닌 일반 독자의 눈에 맞춰 보려 노력했겠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의 설명은 그리 친절하진 못하다.. 2015. 2. 3.
맑고 깨끗한 바람 속 소쇄원에서 붉은 동백꽃을 탐하다 그리 흔치 않은 곳이다.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설레고 언제든 시간이 나면 달려가고 싶어지는 그런 곳 말이다. 거리상으론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산책하듯 몇걸음만 움직이면 푸른 대숲을 이는 바람소리, 아담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꿈을 꾸듯 광풍각 마루의 온기를 손으로 느껴보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법이니 함부로 개인적인 느낌을 정답인 양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3대 정원이라는 거창한 수식이 붙는 이 소쇄원을 소개함에 있어서는 더욱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크기와 규모를 중시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면 필시 실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공간이다. 남아 있는 건물도 광풍각, 제.. 2012. 5. 6.
소쇄원에서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를 느끼다 누군가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줄 수 있는 곳이 몇군데가 될까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보니 내 맘에 들었다고 꼭 그 사람도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좋은 곳, 좋은 음식 등을 소개해 주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고, 그런 이유로 주저하게 되기도 합니다. 소쇄원은 제겐 언제나 마음 속에 두고 그리워 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입니다. 영화 한편 덕분에 소쇄원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홀로 소쇄원을 찾았던 것이 6년쯤 전의 일입니다. 그 날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소쇄원을 다시 찾곤 합니다. 처음에 느꼈던 그 감흥 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쇄원은 마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워낙에 많이 알려진 탓에 해마다 찾.. 2011. 11. 20.
늘 마음 속에 두고 그리워하는 담양 소쇄원 보고 또 봐도 좋은 사람이 있듯 늘 마음 속에 두고 언제나 그리워 하는 곳도 있는 법이다. 내겐 소쇄원이 그런 짝사랑의 장소다. 영화 속 배경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후 이제나 저제나 가볼까 기다리다 무작정 혼자 담양 여행을 떠났던 것이 2007년 6월경이었으니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 유명한 메타세콰이어거리, 죽녹원도 놓칠 수 없는 경유지였지만 마음에 제일 큰 감흥을 남긴 곳 역시 이곳 소쇄원이었다. 광풍각, 제월당, 오곡문, 애양당, 고암정사 등 남아 있는 건물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원래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처럼 모두가 풍경 속에 잘 스며들어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대구서 담양은 참 먼거리다. 단순히 지도상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가 더 먼 것 같다. .. 2010. 7. 17.
가을 소쇄원 영화 '가을로'에서 김지수가 그랬듯 소쇄원을 거닐때면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소쇄~, 소쇄~" 되뇌이노라면 대숲에서 휘파람소리가 되돌아오는 것 같다. 2009년 10월. 한국의 3대정원 담양 소쇄원에서 2009. 11. 16.
상서로운 돌을 쌓아올린 한국의 3대 정원 영양 서석지(瑞石池) 서석지(瑞石池)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상서로운 돌로 만든 연못이란 뜻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위치한 서석지는 조선 광해군과 인조시대때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石門) 정영방(1577-1650)의 별장으로 전남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원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담양 소쇄원은 이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지라 한국의 3대정원이라는 말만 듣고 기대에 부풀어 이곳을 찾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이라면 꽤나 유명한 곳일텐데 왜 알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서석지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서석지가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만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해서였을 것이다. 물론 .. 2009. 8. 8.
흰 눈과 푸른 대나무숲이 운치를 더해주는 담양 소쇄원 2006년 10월 개봉했던 영화 '가을로' 덕분에 여러 곳을 다녀보게 됐다. 그 중 한곳이 바로 이 담양 소새원이다. 영화속 민주(김지수)가 띄운 단풍잎이 현우(유지태)에게 다다르는 장면이 나오는 곳이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고, 대나무의 푸른빛과 묘한 대비를 이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영화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리라 다짐했었는데 그 약속은 반년이 조금 지나서야 지킬 수 있었다. 대구에서 담양까진 꽤나 먼 거리다. 더군다나 그때는 영주 부석사까지 올라갔다 중앙고속도로 - 88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수백킬로의 여정이었다. 피곤한 혼자만의 여행길이었지만 소쇄원과 메타세콰이어길을 직접 걸어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룻밤 더 머물러볼까 하는 고민이 들었을 정도였다. 소쇄원은.. 2008.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