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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54

배롱나무꽃의 붉은 빛으로 더욱 아름다운 병산서원 역시 여름을 빛내주는 것은 배롱나무꽃이다. 온통 녹음이 짙어가는 밋밋한 여름 풍경 속에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빛은 확실히 돋보인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과 온 산하가 울긋불긋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이어주는 고마운 꽃이다. 하루 이틀 몰래 피었다 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명옥헌원림에 배롱나무꽃이 만개했다는 소식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8월 초는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봄꽃 소식은 남도에서부터 전해지건만 배롱나무꽃은 좀 다른가 보다. 우리 지역엔 벌써 한참 전부터 활짝 피었는데 담양은 조금 느린 듯 하다. 기다림이 조금 지겹긴 해도 그 끝에 멋진 절경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배롱나무꽃을 보려 굳이 멀리갈 필요는 없다. 근.. 2013. 7. 28.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가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소리 울리는 운주사를 찬찬히 걸으며 천불천탑 속에 담겨진 민초들의 소망을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2013. 6. 16.
경주의 봄 몇 해의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다. 계절은 무한히 되돌아 오지만 떠나간 사람의 체취와 샛노란 유채꽃만 남았다. 2013. 6. 14.
떠나고 나니 그립구나 바람 잦아든 봄날 저녁이면 삼각대에 카메라 얹어두고 날이 저물길 기다렸다. 경주, 떠나고 나니 그립구나. 2013. 6. 13.
들꽃들이 손 흔들어 주던 산길이 그리워지겠지 남들은 차 타고 편하게 오르는 이 길을 몇시간의 새벽 산행 끝에 올랐다. 숨을 헐떡거리며 기다렸던 일출은 말 그대로 찰나였다. 으스름 달빛 속 이름 없는 들꽃들이 손 흔들어 주던 산길이 그리워지겠지. 2013. 6. 12.
눈앞에 펼쳐진 푸른 동해 바다에 마음을 빼앗겼던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웠던 날.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겨웠던 시간을 버티고 청간정에 오르길 참 잘 했다. 거짓말처럼 불어 와 땀을 식혀주던 바람이며, 눈앞에 펼쳐진 푸른 동해 바다에 마음을 빼앗겼던, 마법같은 곳. 2013. 6. 11.
그 풍경 속으로 다시 가고 싶다. 시원스럽고 상쾌한 전나무숲길 너머 거칠 것 없던 물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 풍경 속으로 그 시간 속으로. 2013. 6. 10.
잊기 위한, 잊혀지기 위한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와 섭지코지에서 맞이한 일몰. 고깃배도 바다를 등지고 항구로 돌아가는 시간 제주도의 하루가 저문다. 잊기 위한, 잊혀지기 위한 탐닉의 시작. 2013. 6. 9.
내성천 가을 하늘 내 생애 이날처럼 인상적인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던 고운 모래는 내성천을 굽이쳐 흘러 내려 지금은 바다에 닿았을까. 2013. 6. 9.
정동진 바닷가를 맨발로 걸었다 그날 밤 난 정동진 바닷가를 맨발로 걸었다. 무더운 바람 속에 짭잘한 소금기가 씹혔다. 여기저기 폭죽이 터지고 형언하기 힘든 희열로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해는 떠올랐고 사람들은 바다로 해를 맞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처음 만난 것 마냥. 2013. 6. 8.
겨울의 한가운데, 병산서원에 잠시 머물다 상상하거나 기대헀던 모습은 아니었다. 하얀 눈 속에 포근하게 담겨진 병산서원을 마음 속으로 그려봤었지만 며칠 계속된 따뜻한 날씨에 쌓였던 하얀 눈밭은 어느새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가려져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 비단 눈 속 풍경만은 아니겠지만 눈이 녹아내릴 때처럼 추한 모습도 또 흔치 않다. 앞서 걷는 연인들의 투닥거림에 신경이 쓰인다. 질퍽한 길을 걷기 싫어하는 마음이 걸음걸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가씨의 끊임없는 불평이 남자 친구에게는 그저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좋은 곳에 놀러 와서 싸우고 가면 안되지. 오지랖 넓은 참견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간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눈 맞추며 사랑을 재잘거릴 그들이 아니던가. 여느 때처럼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 밑에 다다른다. .. 2013. 2. 6.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는 절, 의성 고운사 한 시간여를 달려 고운사에 당도한 그 날은 파란 하늘 빛에 떠가는 흰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난 뒤 하늘은 깨끗했고, 바람은 상쾌했다. 후텁지근한 장마철 한가운데 이런 좋은 날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카메라를 챙겨 들고 떠날 곳을 궁리하다 도착한 곳은 또 고운사였다. 고운사는 내게 참 익숙한 절이다. 몇해 전 처음 고운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처럼 여전히 고운 절이란 생각이 든다. 절에 이르는 걷기 좋은 숲길도 좋고, 조계종 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넉넉한 인심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고운사가 좋은 이유를 든다면 절 입구에서번잡한 상가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번 카메라를 들고 고운사를 둘러보는 행로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2012.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