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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7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산사에서 만나는 눈부신 고요와 적멸의 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스며들어 있다. 이산하 시인이 펴낸 에는 5대 적멸보궁,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이름난 고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만족스런 산사 기행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인답게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적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평이나,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는 안도현 시인의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인.. 2017. 1. 11.
남자의 여행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란 책은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다소 거창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 덕분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것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가까와지지만, 사실 남자의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행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성별의 차이라기 보단, 성향의 차이일 것이고 자라온 환경 속에서 자아가 어떤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남자의 여행이라고 해서 여자가 떠나는 여정과 이러이러한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산 것이 아닌지라 오히려 호기심이 더 컸다. 나도 절을 참 좋아라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유명종이란 사람도 절.. 2014. 3. 30.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가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 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소리 울리는 운주사를 찬찬히 걸으며 천불천탑 속에 담겨진 민초들의 소망을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2013. 6. 16.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숲을 즐기는 가장 쉬우면서도 좋은 방법은 우리 주변의 어떤 숲에서나 자기 스스로 풍경 속의 한 점경(點景)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냥 숲 바닥에 널려 있는 바위에 걸터앉거나 또는 숲 바닥에 그대로 퍼질러 앉아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요한 상태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들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모두 번다하거나, 혹은 하나가 고요하더라도 다른 하나는 번다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욕심과 기대와 집착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 오는데, 어떻게 하면 한 순간이라도 몸과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절집 숲은 물론이고, 어떤 숲이든 찾을 때마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온전히 머무는 일에 집중한다. 시간과 공간의 합일에 의해 만들어진 풍광 속에 놓인 나 자신에 .. 2012. 3. 17.
천불천탑의 사찰 운주사, 따스한 품과 같은 절로 남아주길..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1년만에 다시 운주사를 찾은 것도 가을이었습니다. 어느 때고 나쁘지 않겠지만 구름이 머무는 절, 운주사는 가을이 제격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절은 말로는 참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매번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오후 느즈막히 운주사에 왔었습니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었고, 운주사 하늘에 머물러 있는 하얀 구름이 절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절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기도 했었네요. * 천개의 불상과 석탑으로 가득찬 화순 운주사( http://kangks72.tis.. 2011. 11. 19.
비로봉 중턱에 자리잡은 천년 가람 비로사 멀리 소백산의 비로봉이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영주 비로사. 익히 이름을 들어봤던 절이라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는 조금 쇠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삼가리 탐방지원센터에서 걸어서 삼십분 정도를 올라가는 수고를 한 것 치고는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비로사는 비로봉을 오르는 등산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굳이 비로사만을 찾아 이곳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신자에 한해 차량을 이용해서도 비로사에 당도할 수 있으니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이면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산을 오르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불필요한 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로사는 통일신라시대때 창건되었으니 천년이 훨씬 넘은 고찰이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소실되고 훼손된.. 2010. 12. 28.
천개의 불상과 석탑으로 가득찬 화순 운주사 운주사는 제게 그리 익숙한 사찰은 아니었습니다. 천불천탑의 사찰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 보면 꽤나 유명한 절인 거 같은데 불과 몇달 전에 운주사라는 절이 전라도 화순땅에 있다는 걸 알았을 정도니까요. 이번에도 주로 전라북도 일대의 사찰을 주로 돌아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운주사는 코스에 넣어두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 가 봤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습니다. 운주사를 제게 추천해준 분에게 정말 맘속으로 몇번이나 감사를 드렸는지 모르겠네요. 절이 크고 웅장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주변 풍광이 수려하거나 단풍이 아주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라서 그랬던 것도 물론 아니구요. 운주사는 제가 지금까지 다녀본 사찰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절 입구에서 표를 끊어 들어가면.. 2010.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