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탈출 1개월전..그때 그 사람들..
1995년 10월말 강원도 양구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던 때다.
때는 바야흐로 추계진지공사 막바지. 전역을 딱 한달 남겨둔 말년병장의 하루는 참으로 길었던 것 같다. 분대장 견장을 떼지 못하였으니 어디 짱박혀 있지도 못하고..
12년전..저 후임들은 다들 뭐하며 지내고 있을까?
2분대장 형순이 : 힘좋고 우직한 전라도 사나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참 마음은 여렸던 것 같다.
관측병 재훈이 : 경상도 남해촌놈. 막판에 후임 잘못 건드렸다가 영창까지 다녀와야 했던 불우한 말년을 보냈던 녀석. 아직도 그 거친 사투리가 귀에 생생하다.
한성호 : 대대 취침방송을 맡았던 로맨틱 가이(?). 이녀석도 부산 출신이었던 것 같은데..목소리 곱고 손도 고왔던 녀석.
박성진 : 소총중대시절부터 중화기중대 시절까지 같은 분대에서 생활했던 서울뺀질이..
허영선 : 허스 나불랭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졌던 녀석. 별명처럼 귀여웠었지. 역시 서울녀석
이상헌 : 제대무렵 들어온 이등병..특별한 기억이 없다.
온순필 : 충청도 출신이었음에도 엄청 빠릿빠릿하고 일도 잘해 소대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녀석. 주특기 시간때 큰 키에 포판 매고 엉거주춤 뛰어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강현 : 초반에 부대적응을 잘못해 고생하던 녀석. 사회에서 밴드를 하다 왔었다고 했던가? 중화기중대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중에 결국 수송부로 옮겨갔다.
정OO : 대구 출신의 우리포 막내. 대구사투리로 귀여운 척 애교를 부리곤 했었는데..제대하고는 대구에서 한번 만나지지가 않는다. -> 역시 이 녀석 이름도 생각났다. 정성락('12.2.26 추가)
이봉열 : 우리포 사수였는데 성진이 하고는 동기였었고, 나름 나를 잘 따라줬었다. 전북 부안 출신.
OOO : 전남 출신으로 2분대장 장형순, 관측병 황재훈과 잘 어울렸었다. 이름이 왜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 이름 생각났다. 강원복('12.2.26 추가)
김영현 : 4분대장. 93년 10월군번. 서울 출신이었고 힘좋고, 가끔은 무식했던 녀석. 상병선임 시절 후임들을 무지하게 갈궜던 기억이 난다.
이 사진에 후임 몇명이 빠져 있고, 당시 말년이던 성덕이와 상복이는 말년휴가를 떠났던 거 같다. 정말 힘들었던 군대시절. 처음에 양구땅에 떨어졌을 때 사단훈련소의 조교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사회에서 뭔 죄를 많이 지었길래 여기 떨어졌냐"
그땐 그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었다. 양구에서의 2년2개월은 되돌아보면 나와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까지는 전혀 몰랐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경험들. 그 시절을 같이 했던 사람들. 그립다. 소주 한잔에 그때 그시절을 안주 삼아 회포풀 날이 있기는 할런지..
동기 은성이는 상주 출신이라 고향 갈때면 만나곤 했었는데 역시 지금은 소식이 끊겼다. 이런저런 작업을 잘 해서 인사계한테 사랑받았던 녀석이었다.
어디에서 뭘 하든..그저 몸건강하게 잘들 지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