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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441

청정울진의 자랑, 생명의 숲 -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에는 수령이 수백 년이 넘은 것부터 이제 막 태어난 애기나무까지 금강송들이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금강송은 재질이 단단하고 우수해 소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쳤다. 주로 궁궐 건축의 대들보나 관청의 관곽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나라에서 엄격히 관리했다. 조선 숙종 때는 황장봉산(黃腸封山) 제도를 시행해 일반인들이 금강송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직도 소광리에 가면 황장봉계표석이 남아 있다. 예전에는 금강송을 황장목이라고도 불렀는데 심재(心材) 부분이 누런 빛깔을 띠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금강송이란 이름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금강산 부근에서 많이 자생했다 해서 그리 불린다고도 하고, 재질이 무척 단단해서 금강송(.. 2023. 3. 2.
왕의 피난처에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생태관광지로 - 왕피천계곡 발걸음을 옮겨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 안으로 들어선다. 왕피천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왕피천 일원의 우수한 자연 생태계와 멸종위기종 및 희귀 야생생물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고시되었다. 지정범위는 경북 울진군과 영양군의 왕피천유역과 통고산, 천축산, 대령산 자락 등을 포함하는 102.84㎢(약 3천만평)의 광활한 지역으로 지금까지 지정된 보호지역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동강의 1.6배,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에 달한다. 왕피천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핵심구역 45.35㎢, 완충구역 55.64㎢, 그리고 전이구역 1.85㎢로 구분되어 있다. 환경부에서 2005년 10월에 우선 핵심구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이후 2006년 12월에 완충 .. 2023. 3. 1.
부드러운 모래와 쪽빛 동해바다를 맨발로 느낄 수 있는 - 망양해변 여기는 어떨까? 많이 알려진 명소는 아니지만 동해의 푸른바다를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바다 빛깔이 쪽빛이다. 물이 얼마나 맑고 푸른지 확 트인 바다를 보면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경북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 7번 국도를 끼고 펼치진 자그마한 해변이 바로 내 마음속의 동해 바다다. 울진에 이르는 동해안 국도 7호선 구간도 지난 몇 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펼쳐진 2차선 도로를 따라 서너 시간을 달려서야 겨우 울진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모든 구간이 확장개통이 되어 대구에서도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이 됐다. 추억의 7번 국도를 따라 오가던 바닷가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조만간 옛길들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 해변이 일출 명소.. 2023. 2. 28.
바람이 되어, 물이 되어, 부처님의 마음이 되어 - 불영사 불영사는 이름 그대로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치는 절이라는 뜻이다. 절 서쪽에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어 그림자가 항상 연못에 비치므로 그렇게 불리었다 한다. 부처님의 형상이 비친다는 절에 아름다운 단풍이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불영계곡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리라.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세상사를 잠시 잊고 나를 뒤돌아보게 해주는 곳. 불영사에 올 때마다 매번 좋은 기운을 받곤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단풍도 곱게 물들어가고 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가끔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아름다운 풍경들을 나 혼자만 누리고 있다는 것이 미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정한 얘기들을 나누며 함께 이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불가에서는 모든 이에게 부처님의 모습이 있다 했다. 너무 멀리서 .. 2023. 2. 27.
‘나무 사잇길’ 따라 천년고찰을 거닐다 - 석남사 깊은 산중에 있는 작은 사찰쯤으로 생각하고 석남사를 찾았다. 첫 느낌은 조금 생소했다. 일주문 앞으로 도로가 지나고 절 입구에 있는 식당은 속세의 허기를 채워주기에는 적당할지 몰라도 절집이라면 응당 고요한 산사의 한적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는 마땅찮은 풍경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덕분에 때 이른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게 되는 숲길이 있다. ‘나무 사잇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은 울주군에서 예산을 들여 새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공사 과정에서의 수목 훼손 논란 등으로 한때 시끄러웠었는데 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날씨 탓인지 녹음이 더욱 무겁고 짙게 느껴진다. 한여름에 걸어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2023. 2. 26.
흥겨운 세속의 소리가 어우러진 불보사찰 - 통도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18년 6월 우리나라가 신청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 승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모두 일곱 곳이다. 사찰은 고유한 가르침과 가람 배치를 통해 불법(佛法)을 전파하고 있는데, 절마다 불교의 요체(要諦)인 불(佛), 법(法), 승(僧) 삼보의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곤 한다. 우리나라의 삼보사찰로 대표되는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는 이러한 특징들이 특히 도드라진다.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법보(法寶)사찰로,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 이래 열여섯 분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사찰로 이름나 있다. 그 중에서도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 2023. 2. 25.
희고 붉은 연꽃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산사 - 완주 송광사 송광사 하면 흔히들 순천 조계산에 있는 승보사찰 송광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전북 완주의 종남산 산자락 아래에도 이에 못지않은 훌륭한 사찰이 있으니 그 이름 또한 순천의 그것과 한자까지 똑같은 송광사(松廣寺)다. 송광이란 이름이 좋아 이렇듯 여러 절에서 이름으로 쓰고 있는 듯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남서쪽으로 기세를 떨치다 마친 곳이 전라북도 완주라는 고을이다. 이곳 완주의 종남산 동남쪽 끝자리에 송광사가 자리 잡고 있다. 전해지는 바로는 종남산 남쪽에 영험(靈驗) 있는 샘물이 솟아나 그 옆에 절을 짓고 백련사라고 했다고 한다. 신라 경문왕 때 도의선사가 이 절을 창건했을 당시에는 절의 규모가 무척 커서 일주문이 사찰 경내로부터 3km 밖에 세워졌을 정도였으며 무려 800동의 당우와 600여명의 .. 2023. 2. 24.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 - 전주 한옥마을 도시마다 느껴지는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전주는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도시 곳곳에 전통의 아름다움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식(韓食)의 대표 브랜드가 된 비빔밥을 포함한 먹을거리도 전주가 내세울만한 자랑이다. 하지만 역시 전주의 상징은 칠백여 채의 한옥이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한옥마을이라 할 수 있겠다.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 근대사의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이다. 한일합방 이후 전주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유입되었는데 1910년대 전주 성곽이 허물어지면서 이들이 성안으로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은 필연적으로 조선인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1930년대에 들어서 전주 중심가인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이 형성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한옥.. 2023. 2. 23.
드넓은 목초지의 여유, 대자연을 느끼다 -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에는 오래 전부터 삼양목장이 터를 잡고 있었다. 그 면적만 600만평이 넘는 동양 최대의 목장이라고 한다. 1972년에 삼양목장이 처음 개장했다니 동갑내기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꼭대기에는 동해바다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바다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거센 백두대간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쉼 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위용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 순전히 덤이다. 드넓게 펼쳐진 목장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와 양떼, 그 위를 무심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표정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만 차를 달려도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 당도할 수 있는 것이다. 4월말부터 11월초까지는 목장에서 셔틀버스를 운.. 2023. 2. 22.
생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 - 선교장 깨끗하고 단아하다. 그간 다녀본 고택들은 예스러움은 있었으되 세심한 손길이 닿은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선교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 넓은 구석구석을 누군가 매일 쓸고 닦고 한 정갈함이 느껴진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사대부 집안의 엄격한 가풍을 느끼게 하는 듯해 옷매무새를 한번 더 살펴보게 하는 곳이다. 선교장은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세종대왕의 형님인 효령대군의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번에 의해 처음 지어져 10대를 지나며 지금의 모습을 갖고 되었다. 아흔아홉 칸 조선 사대부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지금도 후손들이 기거하고 있고 일부 공간은 전통문화체험을 위해 일반인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300년 이상이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 선교장.. 2023. 2. 21.
아름다운 물돌이, 육지 속의 섬마을 - 회룡포 온통 고운 모래가 쌓여 내성천의 물길이 모래 사이로 똬리를 틀 듯 돌아나가는 곳. 초입에 있는 장안사를 지나면 그리 높지 않은 비룡산에 오르는 숲길이 보인다. 묵묵히 숲길을 걸어가다 보면 이내 정상에 당도한다. 나지막한 산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회룡포 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오래된 절집 장안사도 좋지만 회룡포에서는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 마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모내기를 끝내 푸릇푸릇해진 봄날의 풍경도 좋고,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녘 들판도 너무 아름답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은 또 어떨까. 그 무엇보다 좋은 건 맨발로 아름다운 물굽이의 모래사장을 걸어보는 일이다. 사각사각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촉감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풍성한 보름달이 뜬 어느.. 2023. 2. 20.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 초간정 예천에 이런 멋진 정자가 있는 줄은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마치 알고 찾아간 것처럼 도로 옆 개울가에 세워져 있는 건물을 발견하곤 무작정 차를 세웠다. 원래는 예천 용문사란 곳을 가던 길이었다. 어떻게 그 작은 정자가 빠르게 달리던 차에서 눈에 띄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 만나게 될 인연이었으니 그리된 것이겠지. 작은 개울가의 가파른 암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초간정의 모습은 독특했다. 그래서 이목을 사로잡았나 보다. 아래로 좀 더 내려가 초간정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개울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없었다. 주변도 그다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은 아니라서 아쉬웠다. 보통은 그저 멀리서 한번 보고 사진 몇 장 찍고서는 발걸음을 돌리게 마련인데 이상하게 초간정은 그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 202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