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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441

홍매화와 벚꽃의 화려한 콜라보, 구례 화엄사의 봄날 풍경 화엄사는 워낙 큰 절이라 볼 것도 참 많습니다. 그래도 이만때면 봄꽃이겠죠. 화엄사는 홍매화가 유명합니다.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 자리에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는데 붉다고 해야 할까, 짙은 분홍빛 같기도 한 그 색을 정확히 표현할 길이 없네요.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만개할 무렵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홍매화가 가고 벚꽃이 오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 이때는 운이 좋게도 매화의 붉은 빛과 하얀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봄꽃들의 개화가 빨라질 거라고들 합니다만 변덕스런 봄날씨를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날씨는 그저 하늘에 맡겨야겠지만 금새 지고 마는 봄꽃들을 제대로 즐기려면 때를 잘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개구리 깨어나는 경칩이 왔나 싶더니 벌써 3월도 저물.. 2023. 3. 22.
봄의 화엄사에 가시거든 동백꽃도 꼭 보고 오시라 동백꽃은 서둘러 봄을 인도하는 전령사 같습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유달리 붉은 꽃송이를 터뜨리며 무채색으로 가득한 세상에 화려한 색감을 칠합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사위어 땅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오히려 더욱 붉게 빛나는 모습에 경탄하게 됩니다. 오래전 구례 화엄사를 찾았던 때였습니다. 때맞춰 피어난 홍매화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더군요. 저마다 고혹적인 모습으로 피어나 화엄사의 공간을 환히 채어주고 있던 홍매화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 행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 다니던 순간, 참으로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철 푸른 나뭇잎과 강렬하게 대조되는 동백꽃의 붉은 빛.. 2023. 3. 20.
섬진강 따라 십리벚꽃길의 꽃비에 취하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은 이름난 벚꽃 명소입니다. 오래전 이 곳을 찾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물결에 진저리를 치며 차를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테니 좀더 호젓하게 호사스러운 꽃구경을 하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길 기다려 새벽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아쉽게도 하늘은 파란 빛을 내어주질 않았지만 무심히 낀 안개가 오히려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흥청망청 분위기에 들뜬 관광버스의 행렬도 보이질 않아 벚꽃의 향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로 지나며 벚꽃 터널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사진으로 남기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고 하는가.. 2023. 3. 18.
부처님과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다 - 수덕사 수덕사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절이었다.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대웅전이 있고 공주 마곡사와 더불어 충남을 대표하는 큰 절이기 때문이다. 역시 그랬다. 조계종 7교구 본사답게 큰 절이고, 워낙 이름난 절이다 보니 찾는 이도 많았다. 넓은 주차장을 지나면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식당과 상가들로 번잡하다. 잘 정비된 모습이 여느 유명 관광지 못지않았다. 원치 않았던 풍경이 수덕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머뭇거리게 했다. 하지만 예산 여행에서 수덕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덕숭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수덕사는 백제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나 뚜렷한 기록은 없으며 고려 말 공민왕 때에 나옹이 중수했다고 한다. 흥선대원군 시절인 19세기에조차도 사세(寺勢)가 미.. 2023. 3. 11.
죽음마저 무너뜨리지 못한 믿음 - 공세리성당 멀리 성당 가는 길에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행복하라. 이것은 말 그대로 명령이다. 따라야만 하는, 따르고 싶은 절대자의 명령이다. 지난 2010년 입적(入寂)하신 법정 스님의 잠언을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이 책에는 가난한 우리의 영혼을 맑게 정화(淨化)시켜 주고, 풍요롭게 만드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잠언이란 경계(警戒)가 되는 짧은 말이나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을 뜻한다. 이 책 속에는 법정 스님이 3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써 온 글과 법문(法門)에서 가려 뽑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글을 읽을 때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욕(物慾)이 과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비우고 살고 있다 말하지도 .. 2023. 3. 10.
맑은 차와 붉은 동백꽃에 다산의 숨결 흐르네 - 백련사 3월 중순쯤 남도 쪽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한 달이나 늦어 버렸다. 이미 동백꽃은 다 지고 없으리라. 하동의 섬진강가에는 벌써 벚꽃이 한창이었으니 붉은 백련사의 동백꽃은 1년을 기다려야 다시 볼 수 있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백련사 들어가는 초입에 동백꽃이 한창이었다. 바람에 흩날려 땅에 떨어진 붉은 잔해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강렬한 색채로 싱싱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꽃들도 한가득 이었다. 푸른 나뭇잎과 붉은 꽃잎의 대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백련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봄이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이 아름다운 동백나무숲을 제 정원처럼 가지고 있는 백련사는 참 복 받은 절이 분명하다. 백련사를 오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산초.. 2023. 3. 9.
오랜 세월 한 몸으로 사랑해 온 연리근 이야기 - 대흥사 대흥사(大興寺)는 우리 국토의 땅 끝, 해남 두륜산(頭崙山)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사찰로 조계종 22교구의 본사이다. 두륜산은 백두산의 ‘두’와 중국 곤륜산의 ‘륜’을 합친 것인데 대둔산(大芚山)으로도 불렀기 때문에 처음에는 절 이름을 대둔사라 하다가 근대 초기에 대흥사로 바꾸었다. 대부분의 고찰들이 그렇듯 대흥사 역시 정확한 창건연대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정관 스님이 426년 대흥사 산내 암자의 하나인 만일암을 창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544년 아도화상(阿度和尙)이 처음 절을 세웠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대흥사에서는 대체로 아도화상의 창건설을 따르는 편인데, 응진전 앞 삼층석탑의 제작연대가 통일신라 말기 경으로 추정되고 있어 늦어도 그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흥사.. 2023. 3. 8.
달마산 돌병풍을 둘러치고 다도해를 앞마당 삼은 - 미황사와 도솔암 남도를 향한 그리움에는 따로 이유가 없다. 자주 가 볼 수 없어서, 맛깔난 음식들이 많아서, 때 묻지 않은 청정함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 사실 이유를 대자면 또 못 댈 것도 없지만 늘 전라도를 떠올릴 때면 그저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 그래서 무작정 떠나고 싶게 만드는 큰 힘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친다. 나 역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전라도 땅을 찾았던 적이 있다. 이름난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 사람들은 떠나지만 그곳에서 배우고, 느끼며 가슴에 품어오는 것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먼 길을 달려 그저 관광안내 책자에 소개되어 있는 곳만 잠깐 다녀오는 것은 허망하다.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니 좀 더 많이 볼 수 있으려면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절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 2023. 3. 7.
팔공산 자락에서 은빛 바다를 보다 - 은해사 은해사는 조선 31본산, 경북 5대 본산, 현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경북지역의 대표적 사찰이다. 교구 본사 가운데 본존불로 아미타불(阿彌陀佛)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도 유명하다.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해안사로부터 은해사의 역사가 시작된다. 헌덕왕은 조카인 애장왕을 폐위시키고 즉위했다. 당시 정쟁(政爭)의 피바람 속에서 숨진 원혼(冤魂)을 달래며 왕의 참회(懺悔)를 돕고, 나아가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위해서 창건한 사찰이 은해사의 시초가 되는 해안사다. 운부암에 가는 길 부근인 해안평이 해안사 절터라고 한다. 웅장한 모습이 마치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은해사다. 또 은해사 주변에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 날 때면 그 .. 2023. 3. 6.
그래서 그곳이, 그대가 그립다 - 운문사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곳일지라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운문사 역시 내게는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청도 호거산에 있는 운문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으로 유명하다. 1997년에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조계종 운문승가대학이 설립되어 교육과 연구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금도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 중이다. 운문사는 좀 특별하다. 호거산에 자리 잡은 운문사는 절에 들어서는 입구의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주 인상적인 곳이다. 물론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정갈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빼놓을 수 없기도 하다. 산사라고는 하지만 넓은 평지에 자리를 잡고 있어 일정한 호흡을 유지한 채로 절을 한 바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산지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다는 것.. 2023. 3. 5.
보물들로 가득 찬 미륵신앙의 중심 사찰 - 금산사 금산사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아들에 의해 유폐되었던 절로 많이 알려져 있다. 보통의 사찰에서 보기 힘든 3층짜리 건물인 미륵전이 인상적이어서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던 절이기도 했다. 대구서 김제까지도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맘만 먹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때는 단풍철이다. 동네 뒷산에도 울긋불긋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가을 산의 경치를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몰리는 판에 이름난 산과 사찰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끝없이 이어지는 행락객들을 피해 일찍부터 움직여 봤다. 다행히도 조금 이른 시각의 금산사는 예상보다 고요했다. 대부분의 사찰 입구가 그렇듯 금산사 들어가는 길도 참 아담하니 예쁘다. 이곳 금산사도 모악산 도립공원 안에 들어가 있어 .. 2023. 3. 4.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전나무숲길을 걷다 - 내소사 호남의 이름난 고찰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인 633년에 창건 되었다고 전한다. 두타 스님이 이곳에 절을 세워 큰 절을 대소래사, 작은 절을 소소래사라고 하였는데, 큰 절은 불타 없어지고 작은 절만이 남아 지금의 내소사가 되었다. 내소사에는 수령이 약 5백여 년 된 느티나무인 할아버지 당산과 높이가 약 20미터요 둘레가 7.5미터이고 수령은 약 천여 년쯤 되는 할머니 당산 느티나무가 있다. 봉래루 앞마당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목 보리수가 자리하고 있다. 절에 이르는 울창한 전나무 숲길은 전나무 향기 가득한 매력적인 산책로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일주문 앞까지 거대한 단풍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어 가을이면 단풍 나들이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소사를 찾았던 것은 온전히 그 유명한 전나무숲.. 2023.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