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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소년 시절부터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개인주의자였다. 요령껏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는 편이지만 잔을 돌려가며 왁자기껄 먹고 마시는 회식자리를 힘들어하고, 눈치와 겉치례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판사가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하다니 뻔뻔스럽다고 여길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에서 발전시킨 민주주의 법질서를 공부하고, 이를 적용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법관에게 개인주의는 전혀 어색한 말이 아니다.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2018. 12. 16.
나를 닮은 집짓기 -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 프로젝트 남은 생에 이루고 싶은 몇가지 꿈이 있다. 풍광 좋은 땅에 내가 그려온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일도 그 중 하나다. 그것이 언제쯤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상상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니 나는 틈만 날 때마다 관련된 책을 사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보기도 한다. 최소한의 돈이 모아지고, 지금과 같은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의 무모한 도전도 완성을 볼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여기 나보다 한참 먼저 길을 간 사람이 있다. 꿈꿔왔던 동해안 시골에 집을 짓고 얌전한 시바견 한마리와 살아가고 있는 박정석이란 여인이다. 처음에 이름을 보고선 남잔줄 착각했었는데, 책 속의 사진을 통해 여리여리한 여자사람인 줄 알고는 놀랐다. 또 하나 놀랐던 건 그런 그녀가 .. 2018. 12. 16.
오래된 집에 머물다 - 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 아파트라는 전형적인 도시의 삶의 형태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나만의 개성을 담은 집을 지으려는 노력들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풍광 좋은 자리에 터를 잡고 멋진 전원주택을 짓는다. 여러 이유로 도시의 편리함을 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리 넓지 않은 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제주도에 살고 싶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젊은 남녀가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제주도의 어느 한적한 동네에 버려져 있던 오래된 집에 머물었다. 여러 개의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가장 오래된 안채는 100년 가까이 된 집이었다. 그들이 이 집에 처음 들렀을 때에는 마당에 풀이 무성해.. 2018. 11. 24.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에세이 요즘 이 책이 화제다. 지난 6월 20일 출간된 이후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벌써 6쇄째 찍어내고 있으니 불황인 출판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가 이름난 작가도 아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5년을 근무한 20대의 이야기가 이토록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사뭇 궁금했다.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백세희의 가 그 주인공이다. 독특한 책이다. 주된 내용은 우울감에 시달리던 작가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백세희 작가가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것이 스물 두살 때였던 6년전이었다고 한다. 뭔가 특별한 처방이나 해결책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병원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의사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진지.. 2018. 8. 25.
옛 사람의 집 - 조선 최고 지식인, 권력자 11인의 집과 사람 이야기 사람이 머무는 집, 그리고 그 집이 놓인 땅은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가 오래된 고택을 통해 집주인의 삶을 살펴 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 인간의 됨됨이, 인품, 삶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이 땅과 집에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가의 사상에 철저했기에 다른 학문을 철저히 배격했던 유학자들의 집들이 한결같이 풍수지리에서 꼽는 최고의 양택이라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대 최고의 세도를 누렸던 권력자, 후대의 표상이 되는 최고 지식인들이 살았던 집은 어떨까. 현직 기자생활을 거쳐 지금은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광희의 속에는 이러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줄 11곳의 집이 소개되어 있다. 최고 권력자, 지식인이라 하기에 덕혜옹주의 삶은 비극적이었으며, 선교장의 주인 이내번의.. 2018. 8. 24.
한국의 서원 -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책 표지에 실린 사진이 인상적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한창 깊었나 보다. 눈에 익은 풍경이긴 하지만 어느 서원의 풍경일지 그저 추측할 뿐이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으로 전국에 있는 여러 서원들을 두루 유람했다. 전문적인 시각이 없으니 답사라기 보단 유람이 적당하겠다. 서원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던 차에 만난 이 책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자문위원이자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균 선생의 에는 서원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에 이어 진입공간, 강학공간, 제향공간, 유식공간, 정원과 장식으로 나눠 세부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미리 이 책을 일독하고 서원을 찾아 다녔으면 좀더 깊이 있는 공부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든다. .. 2018. 8. 18.
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 민초의 삶부터 왕실의 암투까지 여러 TV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기 쉽고 재미있는 역사를 소개해 주고 있는 건국대 신병주 교수를 책을 통해 만났다. 그의 전공 분야인 조선 시대의 여러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은 이전에 세계일보와 대구 매일신문의 지면에 연재되었던 칼럼들을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모두 여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위로는 왕실의 비밀에서부터 민초들의 삶의 모습까지 살펴 볼 수 있어 사뭇 흥미롭다. 책은 연산군와 장녹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선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되어 있는 연산군, 그리고 임금의 결핍과 비뚤어진 욕망에 편승해 사리사욕을 채워 나가다 비극적인 파국을 맞았던 장녹수는 비단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마땅히 경계로 삼을 만 하다.. 2018. 8. 18.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인류사를 통틀어서, 좀더 범위를 좁혀 보자면, 중세 이후 세계사의 큰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인류학과 세계사의 관점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는 인간사를 보다 큰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 20대 청년들을 상대로 지난 2015년에 건명원에서 강의를 했다. 는 이때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해 나가면서 정치, 경제적 상황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일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주경철 교수는 지구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인류의 중대한 변곡점을 네 가지 역사적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근대.. 2018. 1. 11.
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쓴 은 지리가 급변하는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팀 마샬은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사를 결정한 한 요인 중 하나인 지리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전 세계를 10개의 관심 지역으로 나눠 지리로 인해 비롯된 분쟁, 경제 격차 등을 살펴 본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까지 일으켜가며 바다에 집착하는지, 러시아는 왜 크림반도에 목을 매는지, 미국은 어떻게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는지,유럽은 EU의 통합정신으로부터 와해되어 20세기 초와 같은 분열의 시대로 회귀할 것인지, 한국에 왜 사드가 배치되는지, 파키스탄 보다 인도가 더.. 2017. 10. 22.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유홍준 교수의 문화재 답사기가 서울의 이야기를 담아 새로 나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편에서 경복궁을 소개하긴 했지만, 온전히 서울에 있는 문화유산을 담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홍준 교수는 서울편을 네 권으로 담아 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 첫 편은 종묘와 서울의 궁궐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일본의 교토가 사찰의 도시, 중국의 소주가 정원의 도시라고 한다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라 부를만 하다고 그는 얘기한다. 역사도시로서의 서울의 품위와 권위는 조선왕조 5대 궁궐에서 나온다고 단언한다. 1997년에 종묘와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에서처럼 5대 궁궐을 모두 묶어 한꺼번에 등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편 제1권의 제목은 '.. 2017. 10. 22.
털 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사람은 동물이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를 완벽히 지배한 데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머나먼 우주 개척에 나서고 있는, '만물의 영장' 인간을 기껏 '짐승' 취급하는 것에 기분 나빠 할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란 책을 처음 펴냈던 1967년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판매금지가 되거나 교회 등에서 불태워졌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의 세상에서 고귀한 인류를 그저 원숭이가 진화해 털이 사라진, 벌거벗은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분명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을 테니까. 특히, 인가의 성에 대한 동물적 접근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서구사회에서조차 성.. 2017. 7. 20.
내 영혼 독소배출법 -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내 감정과의 한판 승부 최근 들어 자신의 속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많아진 듯 하다. 보다 적극적인 이들은 심리상담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통상적인 관심과 경제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에겐 내 감정을 제대로 살펴보고 현재의 상태를 보다 낫게 만들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서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 겅타오 작가는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상담심리 연구원, 컬럼 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람의 심리,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등에 대해 연구해 온 사람이다. 그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굳이 차이점을 꼽으라면 성공한 이들은 일반인보다 영혼의 독소가 더 적다는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영혼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기분,.. 2017.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