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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8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과거사를 둘러싼 한중일 동북아 삼국의 해묵은 다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과 중국의 피해에 대해 일본은 아직도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이면서 전후 여러차례 사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독일의 사례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대목이다. 비교적 가까운 근세사에 대한 정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삼국의 역사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야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었지만, 세계 초강대국으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는 중국이 자국의 역사를 미화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큰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우리의 고대사와 관련된 이른바 동북공정은 국가의 전폭적 지원.. 2015. 11. 27.
하루여행- 당신에게 주는 선물 처음 책을 폈을 때의 불편함은 서서히 사그라 들었다. 이한규가 지은 이란 책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그저 여행이란 단어에 끌렸고,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다 풍경이 마음에 와 닿았던 탓에 별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랐던 것이다. 사실은 이 시원스런 바다가 내가 얼마 전에 다녀온 신두리 바닷가란 것도 책을 읽으며 알게 됐을 정도였으니. 불만은 이런 것들이었다. 이란 책은 한시간에서 다섯 시간 거리의 여행거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기준점이 서울이란 것 때문에 우선 기분이 나빴다. 이란 제목에서 우리는 가볍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할 것이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기어코 서울에서 가깝게는 한 시간 거리, 멀게는 다섯 시간 거리 등으로 구분을 해서.. 2015. 11. 26.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의 산문집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몇 해 전에 이석원의 산문집 를 읽은 적이 있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이란 제목을 가진 두번째 이야기 산문집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읽기 좋은 에세이 같았던 전작과 비슷하겠거니 하는 생각과는 달리 이번 두번째 산문집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책을 사서 잠깐 맛이나 볼 요량으로 몇 페이지를 펴 들었다. 몇 쪽만 더 하다가 결국 몇시간만에 책의 시작과 끝을 다 보게 된 것이다. 에세이를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자전적 소설 한편을 들려주는 듯 했다. 그래서 쉽게 읽혔던 것 같다.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도 있을만큼 흥미롭기도 했다.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단막극을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정신과 의사 김정희를 닮은 사람도 있었고, .. 2015. 11. 24.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빗대 이야기 하고들 한다.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 또한 종착지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 1년에 144경기, 페난트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잘 나갈 때도 있고,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닥으로 고꾸라질 때도 있다. 9회말 투아웃을 잡아 놓고도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쓰디쓴 역전패를 당하는 드라마도 간혹 나온다.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다. 여기 그런 책이 한권 있다. 야구에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는 뉘앙스가 풍기는 란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어느 젊은 시인이 쓴 책이다. 글 재주가 아주 뛰어난 시인답게 야구 용어들을 인생의 단편들과 잘 버무려 냈다. 아주 재미나면서도 가끔은 코끝이 찡긋해지기도 한다. 과하지 않.. 2015. 11. 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프리미어12 준결승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이다. 어제(11월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한국과 일본의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은 시간 제한이 없는 야구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경기였다. 더불어, 3점차로 끌려 가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는 기적을 보여준 역대급 한일전 명승부의 탄생이기도 했다. 어제 경기는 9회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 아니, 더 엄밀히 구분 짓자면 오타니 쇼헤이가 마운드에 있을 때와, 그 이후로 나누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8일 삿포로돔 개막전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했던 한국 대표팀 타선은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천적'에게 또 한번 농락 당했다. 한국 타선은 오타니 공략법까지 세웠지만, 7회까지 무려.. 2015. 11. 20.
시선 - 정운영 선집 꼿꼿해 보이는 외모에 또렷한 음성, 움직임은 차분했으며 엄중함이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인 정운영 선생에 대한 내 기억의 단편이다. 그 기억마저도 TV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모습일 뿐이니,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생일 선물로 주어지는 책을 정운영 선집 으로 고른 것은 어떤 인연 때문이었을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의 풍모가 이란 책에 담긴 수많은 글에서도 진하게 느껴진다. 은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난 정운영 선생의 글 모음집이다. 1944년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온양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에 교수가 되었지만, 민주화 투쟁에 연루되어 해직된 이후 여러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이어갔고,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화려한 약력 속에서 언뜻 어울.. 2015. 11. 16.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에선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어떤 계기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건축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쪽 세계를 기웃거리다 안도 다다오라는 건축가의 이름을 알게 됐다. 그가 태어나서 주로 활동한 일본은 물론, 미국의 예일, 컬럼비아, 하버드대학에서도 객원교수를 할 정도로 건축에 있어서는 일가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복서 생활을 거쳐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이후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고도 이토록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의 건축물 속에 담긴 일관된 철학도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의 건축은 '노출 콘크리트'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라는 책을 감수.. 2015. 11. 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유홍준 교수의 여덟번째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왔다. 그의 이번 발걸음은 남한강을 따라 우리땅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책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온달산성의 풍광이 눈길을 끈다. 남한강 줄기를 따라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며 휘몰아치는 모양이 그 옛날 고구려의 기상을 한껏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종 애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강원도 영월을 시작으로 충주호반의 세 고을인 제천, 단양, 충주을 지나, 남한강변의 폐사지에서 숨을 고른 이번 답사기는 여주의 신륵사에서 그 끝을 맺는다. 시간 날 때마다 발길을 바삐 움직여 다녀본 고을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지명과 풍경들이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강과 함께였다. 세계의 이름난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이 이를 입증한다. 사람들의 생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 2015.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