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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사상 첫 프랜차이즈 류중일 감독에 거는 기대

by 푸른가람 201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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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 지난 5일 경산 볼파크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3대 삼성라이온즈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그동안 내노라하는 국내 최고 감독들이 거쳐간 자리지만 프랜차이즈 출신으로는 처음 있는 경사입니다. 류중일 감독의 부임 일성은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였습니다. 새내기 감독다운 패기가 돋보이는 말이긴 하지만 2011년 시즌을 앞둔 그의 앞날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은 급작스럽게 감독 자리에 오른 탓에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리고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감독 선임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듯 안팎으로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1999년 현역 은퇴후 삼성에서만 무려 11년 동안 코치 생활을 해왔지만 수석코치 한번 해본 경험이 없기에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또하나 자신만의 '라인'을 구축하지 못해 류중일 야구를 현장에서 제대로 펼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무슨무슨 라인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감독이 자신의 야구관과 뜻을 같이 하는 코치진을 갖추는 것은 어찌보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은 명확히 잡히는 것이 없지만 "선동열감독 다음은 내 차례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고 하니 일단 그 말을 믿어봐야네요.

전임 선동열감독이 워낙 출중한 성적을 남기고 떠났기에 새내기 감독으로서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우승전력을 물려받았다며 그의 공을 평가절하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감독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에다 6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2번, 준우승 1번이라는 기록은 그 누구도 쉽게 이루기 힘든 업적임에는 분명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SK에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후유증이 큰 탓에  2011년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에 선동열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팽'당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류중일 감독에겐 감독 자리가 어찌보면 독이 든 성배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네요.


류중일 감독에 거는 구단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말에 부임한 김인 사장은 분명 최근 몇년간 보여줬던 삼성야구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냈습니다. 비단 성적 뿐만이 아니라 지역 야구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신임 감독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류중일 감독도 이에 대해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올드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화끈한 공격야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올시즌 삼성 야구가 과거 1990년대 뻥야구로 무작정 회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때 야구는 겉으로 보기에 시원시원하고 화끈해 보였을 지는 몰라도 정작 실속은 없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했나요? 화끈한 공격야구는 그저 듣기 좋으라고 갖다붙인 겉만 화려한 포장에 불과했습니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투수력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불완전한 야구에 불과했던 것이었고 그 결과는 항상 포스트시즌에서의 눈물로 귀결되고 말았습니다. 류중일 감독 역시도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생각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키는 야구'로 대표되는 선동열 전 감독의 색깔을 지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지키는 야구가 일단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불릴만큼 안정된 투수력은 야구의 기본입니다. 그 탄탄한 기초 위에 팬들이 원하는 선 굵은 '빅볼'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탄탄한 수비력은 두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구요. 프로 원년부터 지금까지의 삼성 야구는 항상 무엇 하나가 빠져 있어서 완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1980년대 중반까지나 1993년의 삼성 야구는 훌륭했습니다. 공격력이면 공격력, 투수력이면 투수력, 수비면 수비,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야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류중일 감독의 야구도 1993년 야구의 색깔이면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임 감독이 구축해 놓은 전력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탄탄한 불펜진은 8개 구단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 선발진을 얼마나 더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던 타선의 퍼즐을 맞춰낼 수 있느냐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만 배영수의 잔류와 오승환의 복귀, 라이언 가코의 가세 등은 분명 류중일 감독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호재입니다.

3년간의 계약기간을 다 채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분명 2011년 류중일표 야구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땜빵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불식시키고 삼성의 사상 첫 프랜차이즈 감독으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을 지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그의 성공과 실패는 비단 류중일 감독 혼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만큼 곧 그의 뒤를 이을 모를 김한수, 양준혁, 이승엽 등 수많은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앞길에 든든한 등불이 되어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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