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서설(瑞雪)이 내린 초겨울의 봉정사 풍경

by 푸른가람 2010. 12. 31.
728x90


봉정사를 한두번 갔던 것이 아니니 뭐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 곳입니다. 그래도 이날처럼 흰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봉정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건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침 소니 알파55 라는 새로운 기종을 손에 넣게 돼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가려 했습니다만 안동 지역은 추운 날씨에 내린 눈에다 구제역 때문에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알파55에 번들렌즈로 담은 첫 샷입니다. 딱히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크고 무거운 DSLR에 비해 훨씬 가볍고, 작은데다 그런대로 사진찍는 맛도 있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재주 없는 사람이 원래 연장 탓 한다고 하지요. 너무 큰 욕심도 부리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생활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잠깐 만져본 느낌은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입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급한 마음에 봉정사를 한바퀴 휘돌며 마구 찍어 봅니다. 아직은 무게와 크기, 셔트음 이런 것들에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뷰파인더로 사진 찍는게 편했는데 알파55는 전자식 뷰파인더를 채용하다보니 앞으로는 LCD 화면을 보며 사진찍는 것에도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흰눈이 내려앉은 봉정사엔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마치 나 혼자 이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는 대웅전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끝나 말끔히 정돈이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봉정사 극락전은 늘 그렇듯 그 자리에서 모처럼 찾아온 여행객을 반겨 주네요.



범종각에 걸려 있는 종을 한번 쳐보고 싶네요. 때가 맞질 않아서인지 봉정사의 종소리는 지금껏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종을 치면 가슴 깊은 곳까지 울려주는 깊고 맑은 소리가 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봄날 저녁 만세루에 걸터앉아 무념무상으로 종소리를 들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확실히 겨울산의 느낌은 뭔가 좀 서글픈 느낌이 납니다. 풍성하던 잎을 모조리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이겠지요. 때마침 눈까지 내려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추워 보이네요. 이래서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하는가 봅니다. 곧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무더위에 지쳐 한겨울의 매섭던 추위를 그리워할테니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