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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라이언 가코, 삼성 타선의 갈증 풀어줄 수 있을까

by 푸른가람 201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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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무기력한 타선 탓에 체면만 구겼던 삼성이 스토브리그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햄 파이터즈 에이스 출신인 재일교포 가네무라 사토루를 영입한 데 이어 빅리거 출신 라이언 가코와의 계약도 마무리하며 넥센에 이어 두번째로 외국인 선수 로스터 두자리를 채웠습니다.

배영수의 일본 진출이 확실시되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외국인선수 TO 두자리는 당연히 둘 다 투수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의외긴 합니다. 선동열감독이야 부임 후 2008년 제이콥 크루즈라는 타자를 잠시 로스터에 둔 걸 제외한다면 외국인선수를 대부분 투수로 써 온 전력이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과감하게 타자를 영입한 데에는 분명 올시즌 한국시리즈에서의 치욕적인 패배에 그 원인이 있다 할 것입니다. 선동열감독 자신도 SK 좌투수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자인할 정도로 삼성 타선은 무기력했습니다. 고만고만한 타자들은 많지만 고비에서 결정적 한방을 터뜨려 줄 4번타자의 공백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한해였습니다.

특히나 타선의 좌우 균형이 너무나 맞지 않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심정수 은퇴 이후 장타력을 지난 우타자의 맥이 끊긴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강봉규가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깜짝 활약했지만 2010년의 그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어 버렸지요. 차세대 삼성의 중심타자로 성장해 줄 것으로 기대되던 박석민은 양준혁을 따라 '눈야구'로 전향했고, 그나마도 크고 작은 부상 탓에 라인업에서 빠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키는 야구의 신봉자 선동열감독도 언제까지나 고집을 부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김응룡 사장마저 팀을 떠나버려 올해까지와 같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워 졌습니다. 앞으로는 삼성 프런트의 입김이 좀더 강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번에 새로 영입된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 라이언 가코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일까요? 라이언 가코는 200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입단해 통산 464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 55홈런 250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의 몬스터시즌이었던 2007에는 2할8푼9리의 타율에 21개의 홈런, 61타점과 62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을만큼 장타력과 정교함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빅리그에서 20개의 홈런을 기록할 정도라면 통상 우리 리그에선 당연히 30개 이상의 홈런에 100타점은 기본적으로 해 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전망이 온통 장밋빛인 것만도 아닙니다. 2007년 이후 기량의 성장이 눈에 띄지 않고 있으며 특히 올시즌에는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한국 무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어차피 두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입니다. 라이언 가코가 월척급이 아닌 준척급의 활약만 해 준다고 해도 삼성 타선에는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40개 이상의 홈런을 너끈이 쳐주는 우즈나 호세 정도는 아니더라도 삼성의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되는 훌리오 프랑코 정도의 역할만 중심타선에서 해준다면 삼성의 2011년 전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못봤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삼성입니다. 올해도 믿었던 브랜든 나이트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큰 기대를 모으며 팀에 합류했던 빅리거 출신 레딩 마저 제 몫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이정도 되니 차라리 외국인선수 제도를 없애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네무라 사토루와 라이언 가코, 두 외국인선수가 2011년 시즌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려주느냐에 따라 5년만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노리는 삼성의 성패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선동열감독은 가네무라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기대치는 사실 라이언 가코 쪽에 무게를 더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년 시즌 말미에 누가 남아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야구는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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