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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마오, 부디 분해 하지 마오.

by 푸른가람 201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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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지만 분하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쇼트와 프리를 합쳐 205.50점을 얻어 은메달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남긴 말이라 한다. 또 다시 '라이벌' 김연아에 밀려 2인자에 머물러야 하는 마오로서는 아쉬울 만도 하다. 그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한편으론 궁금하다. 그 '분함'이란 무엇에 대한 것일까?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분함인지, 중요한 고비 때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김연아의 존재에 대한 분함일까? 물론 미루어 짐작컨대 분명 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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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 보자면 마오로서는 분함 보다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치명적 실수를 여러 차례 범하고도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받고, 어울리지 않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서 뾰루퉁한 표정으로 볼멘 소리만 할 건 아니다.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에게만 적용되는 후한 '룰'이 있다면, 여자 피겨에서는 아사다 마오에게만 적용되는 아주 후한 '판정'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 전통은 여지 없이 이어졌고, 그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으로 영광스런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그 누군가는 진정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분하다는 표현은 그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언론에서는 성급하게 말하기도 한다. 아사다 마오는 이제 더 이상 김연아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고.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주니어 시절 저만치 앞서가던 아사다 마오가 '괄목상대'한 김연아에게 추월당했듯, 마오 역시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다시 김연아에게 도전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왜 하필 아사다 마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를 원망하던 김연아처럼, 지금의 아사다 마오도 동갑내기 김연아 때문에 영원한 2인자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틀을 깨지 않으면, 온실 속에서 황량한 들판으로 날아와 척박한 땅에서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그 '분함'을 풀 수 있는 설욕의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2010년 2월 26일은 대한민국이 오직 '김연아'만으로 행복했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기념하는 뜻으로 미국 NBC방송의 영상을 올려 본다. 독점방송 올림픽 채널 SBS 중계에 비한다면 정말 안구가 정화되고, 귀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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