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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울진 생태관광 - 십이령 보부상길을 따라

by 푸른가람 200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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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령길은 옛날 울진에서 동서 방향을 연결하는 주 도로였다고 합니다. 울진, 죽변, 흥부에서 각각 출발하여 역과 원이 있었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주막촌에 모였다가 바릿재와 샛재를 거쳐 봉화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울진지역의 특산물인 해산물을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십이령을 넘어 봉화의 소천, 춘양, 내성 장터에서 곡물이나, 삼, 담배 등 내륙지방의 특산물과 바꾸거나 사서 돌아오는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고 하네요.

울진과 봉화 지역의 5일장을 장악하였던 것이 보부상인데 이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였다 하여 십이령 보부상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보부상이 일제시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쇠퇴하자, 그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 '바지게꾼'입니다. 십이령을 수시로 넘나들며 장터를 무대로 행상을 했던 이들을 가지가 없는 지게를 지고 다녔다 해서 바지게꾼이라 불렀습니다.

조선시대 보부상에게나, 일제시대 바지제꾼에게나, 십이령 고갯길은 위험한 길이었습니다. 항시 무서운 산짐승과 도적떼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2,30명씩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으며,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외부의 소식을 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계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옛날 이야기처럼 전해내려오는 십이령 보부상길을 따라 걸어 보았습니다. 이 길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태관광 모니터링 투어 코스로 잡혀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십이령 보부상길 전체를 둘러보기는 어렵고 해서 일반인들이 울진의 아름다운 풍광과 잘 보전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1시간 내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를 계획중입니다. 마침 동행해주신 울진지역의 향토역사가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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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문지는 두천리 주막촌입니다. 지금은 물론 주막은 한채도 남아 있지 않지만 과거 보부상들이 인근의 5일장을 따라 이동할때면 이곳 주막촌이 들썩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룬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울진군에서 두천리 주막촌을 복원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날 거란 기대를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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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내성행상 불망비라는 것입니다. 이 비는 1890년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며 물물교환을 하던 행상들이 세운 불망비입니다. 불망비는 쉽게 얘기하자면 공덕비로 보시면 될 겁니다. 당시 행상들이 최고 지위인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인데, 특이하게 철로 만들었습니다. 보통은 돌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국적으로도 희귀한 것이지요. 일제시대 철을 강제로 빼앗아 갈때 땅에 묻었다가 광복후에 비각을 만들어 다시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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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30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비석이 지닌 역사적 의미도 지나칠 수 없지만 주변의 경치 또한 빼어나네요. 작은 개울이지만 수량도 풍부한 편입니다. 울진의 구석구석에 이렇게 숨겨진 비경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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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행상 불망비 구경을 마치고 임도를 따라 한참을 차로 이동한 후 본격적인 옛길 체험에 나서게 됩니다. 좁은 임도를 따라 군데군데 사람이 살았던 집터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길 체험 코스의 시작은 길이 조금 험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르기 위험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가파른 낭떠리지를 두고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니 조금 신경써야 하겠네요. 생태관광 왔다가 다치면 큰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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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파른 산길은 이내 끝납니다. 고갯마루에서 조금 숨을 돌리면 작은 성황당을 하나 만나게 됩니다. 이름하여 조령성황사. 과거 이 길을 지나는 보부상 뿐만 아니라 울진이나 봉화 사람들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한 곳입니다. 십여차례의 보수를 거듭했고 최근에도 보수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집터가 하나 나옵니다. 온돌도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구요. 오래된 금복주 소주병도 보물처럼 땅에 파묻혀 있습니다. 아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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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내려오다보면 독특한 형태의 공덕비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광전이라는 조선시대 헌종때의 울진군수 불망비입니다. 비가 바위 위에 서 있습니다. 서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바위에 박아 놓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울진에는 희한하게 생긴 공덕비가 여럿 있는 것 같습니다. 비석에 보이는 도광이라는 연호는 중국 청나라때의 연호라고 하네요. 우리의 고유한 연호를 두고 중국의 연호를 따랐던 비뚤어진 사대주의의 일단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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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이 지역에서는 마고암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마귀할멈바위 이 정도가 되겠네요. 예전에 마귀할멈이 살았는데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변에 성을 쌓기 위해 말에 돌을 싣고 오다 말이 죽자 이곳에 묻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가운데가 말 무덤이요, 위, 아래에 있는 커다란 돌이 그때 말이 싣고 오던 돌이라고 합니다. 그럴싸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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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평탄합니다. 갈수록 개울은 넓어지고 물도 많아 집니다. 더운 여름날이면 언제든 이 계곡 물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겁니다. 너무나 맑고 깨끗해 발 담그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네요. 이따금 보이는 이름모를(정확히는 제가 이름을 모르는) 꽃들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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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옛길 체험은 사실 공짜로 산림욕을 즐기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청정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울진군.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생활에서 맛볼 수 없었던 깨끗한 공기를 맘껏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이 생태관광은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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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부상길 체험을 마칠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임도와 만나는 이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그 유명한 금강소나무 군락지입니다. 지금까지 한시간여를 걸어왔던 십이령 보부상 옛길에 못지않는 멋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지요. 때마침 내려주는 4월의 폭설이 그래서 더욱 반갑습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대한 소개는 다음에 다시 올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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