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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이른 봄날의 주왕산 나들이

by 푸른가람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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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에 대한 글은 이미 세번이나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글을 또 올리는 이유는 역시 제게는 주왕산만 한 곳이 없다는 것 때문이겠지요. 대여섯번이나 주왕산을 찾았지만 아직 주왕산의 진면목을 감히 보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늘 대전사를 지나 제1폭포까지(한번은 엄청 더운 한여름날 제3폭포까지 올라갔던 적도 있습니다만) 산책삼아 다녀온 것을 두고 주왕산을 다녀왔다고 하기에도 감질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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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며 다짐하곤 하는 것이 "다음번엔 새로운 코스를 올라가봐야지"하는 것입니다만 여전히 제 발길은 대전사를 향합니다. 익숙함에 끌리는 것인지, 아니면 제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게 있어 주왕산 산행은 언제나 대전사 앞마당을 한번 둘러본 뒤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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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을 얘기하기에는 이릅니다. 물론 때이름 더위로 한낮 기온이 섭씨 25도를 훌쩍 넘긴다 해도 새생명이 봄의 기운을 받아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깨어나려면 조금은 더 기다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무채색이라도 해도 지난 늦가을의 빛과 이른 봄의 주왕산 산빛은 달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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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한지 몇해가 되었지만 늘 올때마다 찍는 것이 같습니다. 좀더 다른 시각과 구도로 주왕산을 담아보고 싶지만 며칠전이나, 몇해전이나 늘 그 모양입니다. 어쩌면 그 모습이 제 눈에는 가장 좋아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보고싶은 것만을 보려는 인간의 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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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폭포에 이르는 길은 대전사를 지나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를 거치게 됩니다. 설명에 따르면 급수대는 오래전 물을 끌어올리는 시설이 있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보자면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루봉은 떡시루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지금껏 같이 간 그 누구도 이 말에 동의한 이는 없었습니다. 언제 봐도 사람 모습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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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제1폭포에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곳. 이곳이 제 사진의 영원한 포인트인가 봅니다. 언제나 이곳에 서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응시하고 있는 저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뭐 그리 특징적인 곳도 아니요, 유명작가들의 대표사진을 통해 볼 수 있는 명소도 아닙니다만 유달리 제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가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풍과 안개가 어울어진 가을, 모든 생명이 지쳐 떨어져 버린 늦가을, 그리고 다시 새로이 출발하려는 이른 봄의 모습. 각기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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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제1폭포에 오릅니다. 폭포라고는 해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닙니다. 위로 더 올라가면 제2폭포, 제3폭포를 만나게 되지만 다들 고만고만 합니다. 도토리 키재기라고나 할까요. 한여름이면 제1폭포 위 개울가에서 차디찬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곤 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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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 때문이지 금새 지칩니다. 낼모레면 사십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새삼 서럽기도 하고, 말로만이 아닌 진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새삼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산을 내려오면 그 다짐도 다시 희미해지겠지만요. 산을 내려오며 다시 대전사에 들러 한바퀴 돌아봅니다. 경내 정비를 하고 있는지 남쪽이 휑합니다. 원래 있던 건물을 뜯어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허전합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시 주왕산을 찾는 날 새롭게 단장한 대전사의 모습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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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날의 주왕산 나들이는 나름 즐거웠습니다. 혼자 걸어보는 것도 좋고, 삶을 살아가며 만나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쉬엄쉬엄 올라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어느 작가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했지만 지금 세상에 널린 아름다운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도 큰 죄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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