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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막장의 끝은 어디일까

by 푸른가람 2009.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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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34%대를 넘어서며 매회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40% 시청률 돌파도 꿈만은 아닌 듯 보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SBS 8시뉴스의 시청률까지 끌어 올리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제작진, 연기자로서는 연일 계속되는 시청률 갱신 소식에 고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개탄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가진 막장 드라마가 저녁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장서희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물오른 연기? 아니면 김순옥 작가의 흡인력 있는 대본 탓일까?

이도 저도 아니다. 물론 장서희의 연기는 예의 그것처럼 뛰어나다.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자신이 맡은 역을 충실히 소화해내는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몇년전 임성한 작가와 함께 했던 MBC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아리영 역으로 장안의 화제를 뿌렸던 그녀였다. 그때가 장서희 연기인생의 화려한 1막이었다면 이번 '아내의 유혹'은 그 2탄쯤 될 것 같다.

그러나 겉만 화려할 뿐 실상 이 드라마가 배우 장서희의 연기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대중의 인기는 금방 사그라들 뿐이다. 그보다 몇배나 고달픈 비판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연기는 최고지만, 그녀가 속해 있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막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BS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기획의도다. 공감이 가는가? 세상에서 가장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요부가 된단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완전히 다른 여자가 되서,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해 자신의 남자로 빼앗아 온다고 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드라마는 허구일 뿐이다. 드라마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 비현실적,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떠나 그 내용 전개가 황당하다. 드라마는 허구이지만 그 스토리 전개는 치밀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가 바다에 빠뜨려 죽였던 아내가 다시 살아왔음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의 유혹에 빠져든다는 설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한편으론 기발하다. 일반인들의 상상력으론 도저히 빼낼 수 없는 이야기다. 주인공 장서희는 뭐든 맘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는 원더우먼이다.


사실 '아내의 유혹'만이 막장의 불명예를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KBS의 저녁연속극 '너는 내운명'또한 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얼마전 막을 내린 SBS의 '조강지처 클럽'이나 MBC의 '흔들리지 마' 역시 막장드라마의 대표격으로 손꼽힌다. 이 드라마들은 막장드라마의 필수요소인 불륜, 출생의 비밀, 거짓말, 불치병, 범법행위 등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막장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흥행면에선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인간미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이 이런 류의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해 버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법.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거나, 혹은 좀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이제 한국드라마의 주류로 떠오른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들이 '한류'의 명품 드라마로 해외로 수출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장의 공급자 입장인 방송사로서는 방도가 없을 수도 있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주부들이 원하는 드라마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주부들이 '막장'을 보고 싶다면 앞으로도 끝없는 막장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불륜이 판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이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드라마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반영이라고 드라마 제작진이 항변한다 해도 마땅히 반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좀더 좋은 드라마를 볼 기회는 영영 사라지는 것인가. 아직도 시청자들은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명품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 또한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볼 당연한 권리도 있다. 언제까지 불륜이 판치는 막장 드라마가 방송을 점령하도록 방치해둬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스스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이 분명하다. 더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의 민영화가 좀더 깊이있게 검토되어야 할 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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