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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7

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과 접하게 된다. 좋은 만남은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함성호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그렇다. 물론 건축가이자 시인이며 다재다능한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 권을 통해 내 삶의 폭이 지금껏 살아오던 것 보다는 좀더 넓어지게 된 것 같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서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책에 소개된 명작들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떠났었다. 책 몇 줄 읽는다고, 비슷하게만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서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건축가 함성호가 쓴 '반하는 건축'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 제목인 '반하는 건축'.. 2013. 1. 20.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 사람들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책이나 신문, 방송을 통해 포장되거나, 혹은 왜곡되거나 확대 재생산된 이미지에 현혹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인도를 생각하면 무수한 단어들이 떠오른다. 카스트의 나라, 신들의 나라, 새롭게 급부상하는 IT 강국, 혼란과 무질서, 힌두교와 흰 소, 갠지스강... 이런 무수한 단어들 속에는 또한 인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꿈과 염원이 투영된 면도 있으리라.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서 재단된 인도의 모습, 그것을 '아름다운 거짓말'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나름 추측해 보게 된다.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체 명의로 펴낸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 2012. 3. 25.
철학의 정원 도산서당에서 안동호를 바라보다 도산서원은 꽤나 자주 가는 곳이긴 하지만 이번은 좀 남다른 느낌이었다. 그 전에는 그저 오래된 건물이 주는 여유로움과 도산서원 주변의 풍광에 이끌렸다면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에 소개된 도산서원을 접하고 나서는 건축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봄을 느끼기에 아직은 쌀쌀한 날씨다. 우수, 경칩이 다 지났다지만 도산서원 앞에 넓게 펼쳐져 있는 안동호도 꽁꽁 얼어 붙어있는 데다 이날은 진눈깨비까지 날려 겨울이 한창인 느낌이다. 퇴계 선생이 그토록 아꼈다는 절우당의 매화는 아직 꽃을 틔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화에 물 주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이 곳에서 돌아가셨다는 퇴계 선생의 향기를 좇아 도산서원 구석을 걸어 본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의 저자 함성호는 도산서.. 2012. 3. 19.
일흔일곱에 지은 우암의 공부방, 남간정사 충청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로 남간정사를 찾았다. 개인적으로 우암 송시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진으로 본 남간정사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마치 봄날같았던 햇살 덕분이었는지 다행히도 남간정사의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 있다. 바위를 흐르는 계류 위에 놓여져 있는 남간정사는 언제가 될 지 모를 첫 건축의 모델이 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이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남간정사와 기국정이 사이좋게 놓여 있고 그 앞에는 연못이 공간의 여백을 채워준다. 그리고 그 연못 가운데 작은 섬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이것은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봉래산을 상징하는 우리 전통 조경의 정형이기도 하고, 집이 들어설 자리의 풍광을 중요시하는 기호지방 성리학자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담장을 따라 한바.. 2012. 3. 12.
우주 만물의 배꼽(omphalos)을 꿈꾼 우암 송시열의 팔괘정 사계 김장생이 말년을 보낸 임이정에서 서북쪽을 바라보면 나즈막한 산자락에 팔괘정이라는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팔괘정은 우암 송시열이 그의 스승이었던 김장생과 가까이 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이정 바로 지척에 지은 정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팔괘정은 임이정과 무척 많이 닮아 있다. 흡사 보면 쌍둥이처럼 보일 정도로 구조적으로 흡사하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형태도 그렇고, 두 칸에 마루를 놓고 나머지 한 칸을 벽으로 막아 온돌을 들인 구조도 임이정과 같다. 어차피 이번 여행이 '철학으로 읽는 옛집'에 소개되어 있는 옛집들을 찾아 나선 여행이니만큼 이번에도 건축가 함성호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조선의 건축은 사실 똑같다고 얘기하고 있다. 조선의 집은 어떻게 생겼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위.. 2012. 3. 9.
호쾌한 전망의 임이정에서 현실주의자의 삶을 엿보다 갑작스런 충청도 여행의 목적지는 함성호가 지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에 소개되어 있는 충남지역의 옛집들에 대한 끌림 때문이었다. 지난해 엇갈리는 일정 때문에 명재 고택을 찾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던 차에 논산 인근에 몰려 있는 수많은 옛집들을 한꺼번에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수많은 행선지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여기 임이정이다. 임이정은 조선 예학의 종장이라 칭송받는 사계 김장생이 그의 나이 79세에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강경에 지은 집이다. 임이정의 그 유명한 황산벌의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어 바로 옆을 흐르는 금강과 더불어 시원스런 전망이 으뜸이다. 임이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데 원래는 황산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사진에도 잘 드러나지만.. 2012. 3. 8.
철학으로 읽는 옛집 일단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우리 옛집들이 지난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고 밖에. '집짓는 시인' 함성호가 쓰고 유동영이 사진을 찍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의 집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굳이 철학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유학의 좁은 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긴 유학, 그 중에서도 성리학을 빼고 우리의 철학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겠지만 노론 300년이 지배한 역사 탓에 사상과 학문, 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또다른 아픔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시작으로 조선.. 2012.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