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23

혼자라도, 함께라서 좋은 - 思索과 治癒의 풍경 여행 첫 책을 냈던 것이 2014년 6월쯤이었으니 벌써 다섯해가 되어 가네요. 처음엔 그저 설레고 기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끄럽고 부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보여줄만한 수준이 되질 못했다고 느꼈던 탓이지요. 완전히 새로운 책을 만들겠다는 굳의 의지로 글을 새로 다듬고 사진을 다시 찍긴 했지만 다시 세상에 내놓으려니 두렵기도 합니다. ​ 그래도 죽기 전에 남부끄럽지 않은 책 한권 내고 싶다는, 시들지 않는 꿈이 있으니 그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야겠지요. 홀로 떠나도 괜찮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우리땅의 여러 곳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책 제목은 '혼자라도, 함께라서 좋은' 2019년 3월 4일에 시중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많이 읽어 주셨음 좋겠습니다. ​ 네이버 책 소.. 2019. 3. 1.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최갑수의 여행하는 문장들 이젠 오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떠나야 하는, 여행이 위로가 된다고 믿음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지닌 편한 친구 말이다. 그래서 어제 보고 오늘 또 봐도 반갑고, 십수 년만에 봐도 그간의 공백이 전혀 낯설지 않은 좋은 친구 같은 최갑수의 책을 다시 펴보게 됐다. 참 그다운 책 제목이다. 그래, 최갑수에게 사랑과 여행을 빼면 무엇이 남게 될까. 내가 그를 직접 만난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세상에서 단 한마디의 얘기도 나눈 적이 없는 사이면서도 최갑수의 여러 책들과 사진을 통해 그를 꽤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도 사실은 '오버'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행작가란 직업은 결국 글과 사진으로 기억되게 마련이다. 글과 사진을 통해 그를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만큼.. 2016. 6. 13.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집 포스팅을 남긴 지 한달이 훌쩍 흘렀다. 돌아보니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신없음에 제대로 된 내 삶의 싸이클을 놓아버린 무책임함이 더욱 크다.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빴던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핑계일 뿐이니 그저 심기일전해서 다시 일상의 궤도로 복귀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주라는 새로운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라는 에세이다. 1962년 도쿄 출생의 영화감독이자 TV 프로듀서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사람이 썼다. 보통의 에세이란 것이 다 그렇겠지만 이 책 역시 작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책 속에 담겨진 글을 통해 지은이의 삶을 유추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 2016. 2. 15.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모처럼 읽게 되는 최갑수의 책이다. 색다를 것 없는 여행 에세이지만, 이번에는 장연정 작가와 함께 한 1년의 세월이 사진과 글로 담겨져 있다. 그의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은 없지만,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의 일상을 책을 통해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다, 워낙에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다 보니 손에 잡은 지 몇 시간만에 뚝딱 다 읽었다. 무슨 의미일까를 한참 곱씹어 봐야 하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좋다. 굳이 사진이 뜻하는 바를 머리 아프게 유추해 볼 필요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읽히는 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족하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해외의 오지 여행기도 아닌, 1년이란 일상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도 뛰어난 능.. 2016. 1. 10.
하루여행- 당신에게 주는 선물 처음 책을 폈을 때의 불편함은 서서히 사그라 들었다. 이한규가 지은 이란 책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그저 여행이란 단어에 끌렸고,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다 풍경이 마음에 와 닿았던 탓에 별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랐던 것이다. 사실은 이 시원스런 바다가 내가 얼마 전에 다녀온 신두리 바닷가란 것도 책을 읽으며 알게 됐을 정도였으니. 불만은 이런 것들이었다. 이란 책은 한시간에서 다섯 시간 거리의 여행거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기준점이 서울이란 것 때문에 우선 기분이 나빴다. 이란 제목에서 우리는 가볍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할 것이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기어코 서울에서 가깝게는 한 시간 거리, 멀게는 다섯 시간 거리 등으로 구분을 해서.. 2015. 11. 26.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의 산문집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몇 해 전에 이석원의 산문집 를 읽은 적이 있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이란 제목을 가진 두번째 이야기 산문집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읽기 좋은 에세이 같았던 전작과 비슷하겠거니 하는 생각과는 달리 이번 두번째 산문집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책을 사서 잠깐 맛이나 볼 요량으로 몇 페이지를 펴 들었다. 몇 쪽만 더 하다가 결국 몇시간만에 책의 시작과 끝을 다 보게 된 것이다. 에세이를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자전적 소설 한편을 들려주는 듯 했다. 그래서 쉽게 읽혔던 것 같다.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도 있을만큼 흥미롭기도 했다.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단막극을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정신과 의사 김정희를 닮은 사람도 있었고, .. 2015. 11. 24.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빗대 이야기 하고들 한다.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 또한 종착지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 1년에 144경기, 페난트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잘 나갈 때도 있고,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닥으로 고꾸라질 때도 있다. 9회말 투아웃을 잡아 놓고도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쓰디쓴 역전패를 당하는 드라마도 간혹 나온다.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다. 여기 그런 책이 한권 있다. 야구에 모든 책임을 다 떠넘기는 뉘앙스가 풍기는 란 제목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어느 젊은 시인이 쓴 책이다. 글 재주가 아주 뛰어난 시인답게 야구 용어들을 인생의 단편들과 잘 버무려 냈다. 아주 재미나면서도 가끔은 코끝이 찡긋해지기도 한다. 과하지 않.. 2015. 11. 23.
밤 열한 시 - <생각이 나서>, 그 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 작가 황경신은 밤 열한 시를 두고 참 좋은 시간이라 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이며,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어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포기하기에도 괜찮은 시간이라며.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이라서 참 좋단다. 요즘의 내게 있어서 밤 열한 시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고,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시간은 내 삶에서 부재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기는 하되, 무위의 시간이라서 도통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서.. 2015. 9. 18.
생각이 나서 - 황경신 한뼘노트 "생각이 나서"란 말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왜 전화했어? 혹은 어쩐 일이야? 라는 물음에는 빙긋 웃으며 "그냥...생각이 나서..." 이런 대답이 제격이다. 얘기하려면 정확한 이유를 대지 못할 것도 없지만, 또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사이 같아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다. 라는 따뜻한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낸 황경신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주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PAPER라는 잡지를 사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잡지의 앞뒤 어디에선가 분명 그녀의 이름을 봤던 것 같다. 황경신의 글에서는 여전히 PAPER 냄새가 난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하는 얘기니까 아예 향기가 난다고 해 볼까?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은 흔하다. 사진과 글이 적당.. 2015. 8. 21.
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내가 아는 정여울은 베스트 셀러 작가다. 굳이 이란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녀가 이 유명한 책의 지은이란 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선입견이 작가 정여울의 진면목을 가리고 있었음을, 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림자 여행'이라는 제목이 감성을 자극한다. 그저 어렴풋하게 추축했던 것처럼 그녀가 말한 '그림자'란 저마다의 마음 속에 드리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마음들을 지칭한다. 고로, 그림자 여행은 우리들 내면을 고스란히 들여다 보는, 심리학적 진단이 곁들여진 재미난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정여울 작가가 마음 속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 자신이 상처가 많아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내 안에 빛.. 2015. 4. 27.
소도시 감성여행 - 12가지 테마로 즐기는 소도시 여행의 모든 것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질수록 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덕분에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그럴 재주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토대로 실제로 여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에세이나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은 나름 효용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겠다. 떠날만한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에게도, 떠나고 싶지만 정작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런 종류의 책들은 때로는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하고, 훌륭한 지도나 나침반의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작가들인 염관식과 옥미혜가 펴낸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 2015. 3. 26.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하면 너무 박한 대접일까.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해 두자. 본업인 소설이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어떨까 궁금했다. 단지 단순한 그 이유 하나만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다소 생뚱맞은 제목을 가진 그의 에세이 한권을 읽어 보게 됐다. 무라카미 스타일로 쓰는 에세이의 원칙은 이렇단다. 타인의 험담은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시사적인 화제는 가능한 피하기가 그것이다. 학창시절 배운대로 표현하자면 경수필, 미셀러니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글은 가볍고 일상적이고 담백했다. 그렇다고 그의 본업인 소설 쓰기가 아니라고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를 그저 쉽게 생각하고 쓰지는 않은 듯 하다... 2013.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