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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산천재2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옛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우리 건축 기행 만약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다시 태어난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건축가로서의 삶이다. 물론 현세의 나의 능력과 재주로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란 것도 잘 안다. 그러기에 빼어난 건축을 자유자재껏 만들어 내는 뛰어난 건축가들과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하나의 풍경이 된 명품 건축들을 보며 경탄을 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자란 것을 채우러 오래된 건축들을 보러 다니곤 한다.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아야 건축이 지닌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지 기약은 없다. 하지만 끊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을 통해 예기치 못했던 놀라움과 경탄은 물론 치유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으니 마치 더듬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곤충마냥 깜깜이로 떠나는 답사 여행이 고난의 길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처럼 문외한이.. 2015. 5. 25.
지리산을 마당에 앉힌 집 산천재 따뜻한 봄바람 불어오는 3월의 어느날에 무작정 산청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다 산천재 때문이었다. 지난해 읽었던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 덕분에 다녀온 곳이 여럿 되는데 지리산 자락 아래 산청 고을에 자리잡고 있는 남명 조식의 옛집 산천재 역시 그 여정의 한 곳이다. 책 표지에 담긴 산천재의 모습은 따사로웠다. 몇채 되지 않는 건물과 너른 마당을 주인처럼 자리잡고 있는 매화나무 한그루가 주는 충만함은 묘한 끌림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산천재를 향한 짝사랑은 몇달이 지나서야 겨우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때마침 5백년도 훨씬 넘은 유명한 남명매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려 멀리서 찾아온 빈객을 맞아주고 있었다. 실제 눈으로 본 산천재는 전체적으로 좀더 휑한 느낌이 들었다. 흑백 사진 속의 산천재와.. 2012.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