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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하우스3

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여행 에세이류는 언제나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이름난 작가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제 아무리 '듣보잡'이라 한들 여행과 사진에 관한 책은 허투루 보아 넘기기 어렵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조은 시인의 여행산문집을 아주 우연하게 발견하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구매했다. 2009년 11월에 초판 1쇄가 나왔으니 한참 지난 책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오래된 사진과 글들을 통해서 이제는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를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되살려 추억해 볼 수도 있으니 더욱 좋다. 조은 시인의 여행 에세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잘 숙성된 음식을 맛보는 것과도 같은 묵직함과 깊음이 묻어 나오는 글들이었으니. 역시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른 것 같다. 그럼으로 인해 얼마간의 간격과 괴리가 느껴지기는 .. 2015. 2. 16.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아름다운 시가 그림을 만났다. '접시꽃 당신'의 저자 도종환 시인이 시를 쓰고, 화가 송필용이 시 한편 한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흔히 시를 읽으며 떠올려지는 이미지를 나름대로 그려보곤 하는데 이 시집은 그런 수고마저 덜어주려는 것처럼 친절하다. 표지에는 풍성하니 꽉 찬 보름달을 배경삼아 수많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피어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의 말에 위로를 얻는다. 세상에 나 혼자만 바람에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빛나는 꽃들로 피어났다 지는 것이니 순간순간 찾아오는 시련에 절망하지도, 잠깐 얼굴을 내민 봄햇볕에 너무 들떠하지도 말아야 겠구나. "가장 뜨거운 시간이 지나간 뒤에 더.. 2012. 8. 30.
이덕일의 역사 사랑(舍廊) 역사라고 하면 따분하거나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백제의 사비 천도는 몇년, 신라의 삼국통일은 몇년, 갑오경장은 몇년..이렇게 주입식 국사 교육으로 암기만 하다 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사실 역사라는 건 우리가 이 땅에 오기 이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가 어릴 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던 재미난 옛날 이야기들이 모두 역사일 것이다. 물론 힘없는 민초들의 삶의 이야기가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다. 우리가 세계사나 국사라는 과목으로 배워왔던 역사는 힘있는 권력자나 제왕들의 이야기, 그리고 끊임없는 정복과 수탈의 과정이었으니까.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이덕일의 역사 사랑이라는 책은 독특하다. 어떤 특정의 주제에 .. 2011.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