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웅보전6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는 절, 의성 고운사 한 시간여를 달려 고운사에 당도한 그 날은 파란 하늘 빛에 떠가는 흰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난 뒤 하늘은 깨끗했고, 바람은 상쾌했다. 후텁지근한 장마철 한가운데 이런 좋은 날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카메라를 챙겨 들고 떠날 곳을 궁리하다 도착한 곳은 또 고운사였다. 고운사는 내게 참 익숙한 절이다. 몇해 전 처음 고운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처럼 여전히 고운 절이란 생각이 든다. 절에 이르는 걷기 좋은 숲길도 좋고, 조계종 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넉넉한 인심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고운사가 좋은 이유를 든다면 절 입구에서번잡한 상가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번 카메라를 들고 고운사를 둘러보는 행로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2012. 7. 9.
늘 즐겁고 설레는 운문사 찾아가는 길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곳일지라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청도 호거산 운문사 역시도 내게는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대구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운문사를 찾게 되곤 하는데 언제든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즐겁고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다.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꼭 이 운문댐을 지나야 한다. 물론 석남사 쪽에서 넘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고개마루를 넘으며 드넓은 운문호를 바라보노라면 시원스런 풍광에만 눈길이 갔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 때문이다. 깊고 푸른 물 속에 잠긴 땅이 한때는 이곳에 살던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은 사실 고향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내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2012. 4. 20.
비에 갇혀있던 운문사에서 주인이 되다 여행을 다닌다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날씨에 민감한 편입니다. 물론 흐린 날은 흐린대로, 비가 오는 날은 또 그런대로 맛과 정취가 있는 법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파란 하늘이 여백을 채워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기왕의 여행길이 화창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한 욕심입니다. 그래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고, 맘에 드는 사진 한장 건질 것 같은 기대조차 들지 않은 그런 날이라도 어디든 떠나고 싶은, 떠나야만 하는 그런 날도 있는 법입니다. 무작정 일을 접고 운문사로 떠났던 어느 여름날도 그러했습니다.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요, 운문사에 푹 빠져 있는 것도 아닌데 정처없는 떠남의 행선지가 운문사였던 것도 묘한 일입니다. 인연이라 부릅니다. 뭐라 규정지을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은 그저 인.. 2011. 12. 18.
다시 1년이 흐른 뒤...2010년 여름날의 불영사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포스팅을 한 장소는 아마도 불영사가 아닐까 싶다. 몇해 전부터 매년 습관처럼 불영사를 들렀던 게 인연이 되었던 것인지 지난해에는 아예 1년 정도 울진에서 근무까지 하게 됐다. 사무실에서 출장나가는 길이면 항상 이 불영사 앞을 지나다 보니 불영사의 봄, 여름,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11월 초에 발령이 나 환상적인 불영사의 겨울 모습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게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다. 다시 대구로 돌아온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다.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그 근처를 하는 길에 불영사를 다시 들러봤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불영사는 가도 가도 참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절인 것 같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이르는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십여.. 2010. 7. 13.
법(法)이 편히 머무는 탈속(脫俗)의 절, 법주사(法住寺) 법주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속리산에 있습니다. 속리산이란 이름 자체가 천년고찰과 잘 어울립니다. 속세를 떠나서 법(부처가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중생을 위해 설명한 경전)이 머물 수 있는 이 곳이 바로 법주사인 것이지요. 이제는 주변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속세 사람들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쉬 찾기 힘든 곳이었을 겁니다. 법주사를 정확히 24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방문지의 한 곳이었는데 강산이 두번이나 변해서인지 어릴 적 법주사를 찾았던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더군요. 거대한 불상(그때는 시멘트 대불이었지요) 앞, 팔상전 앞에서 친구들과 찍은 기념사진만이 그때를 기억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법주사 일주문에 이르는 시원하고 울창한 숲길이 참.. 2010. 6. 15.
이름처럼 아늑하고 고운 절, 의성 고운사 고운사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의 등운산에 위치한 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이다. 이 절이 위치한 자리가 천하의 명당자리라고 한다. 연화반개형상이라고 하는데, 풀이하자면 연꽃이 반쯤 핀 형국이란 뜻이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고운사를 찾았을 때 무언가 아늑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으니 헛된 말은 아닌 것 같다. 고운사는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대사가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에 창건해 처음에는 고운사(高雲寺)로 불렸다. 이후 신라말 유,불,선에 통달해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이 절에 들어와 가운루와 우화루를 창건하고 머물게 되었는데 그의 호를 따 지금의 이름인 고운사(孤雲寺)로 불리게 되었다. 한자 이름으로는 높은 구름이 외로운 구름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만 내겐 그저 고운 절로만 느껴진다.. 2010.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