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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36

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심도 있는 역사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가 쓴 책에 어울리는 적당한 깊이와 또 적당한 재미가 곁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를 지은 조민기의 이력이 이채롭다. 그는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후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칼럼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딱딱하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 지나간 역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게 읽혀질 수도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재미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덕분이다. 라는 다소 섬뜩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조선의 임금 자리에 올랐던 아홉 명의 군주와, 임금이 되지 못했던 세 명의 세자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의.. 2015. 8. 19.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느낌을 남기려 한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크고, 넓고, 깊은 성찰과 사색의 우주가 이 책에 담겨 있기에, 감히 나의 부족한 지식과 지혜로 풀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라는 제목 만큼이나 무겁고 중요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성공회대학에서 진행했던 마지막 강의를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의 1부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이라는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앞 부분은 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동양의 고전들을 총망라하고 있고, 뒷 부분은 20여년의 옥살이를 통해 깨닫게 된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신영.. 2015. 7. 6.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소설 읽기를 멈춘 지가 오래인 지라 김영하라는 이름난 소설가의 작품을 여지껏 한 권도 읽어보질 못했다. 열 편이 넘는 소설을 펴낸 그는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서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데다 큰 대중적 성공까지 이루었다. 여러 주목할 만한 강연과 대담, 그리고 지상파TV 출연까지, 어찌보면 이룰 것은 다 이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영하의 산문집 는 소설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김영하에게서 듣는 그의 삶, 문학,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화천의 전방지역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한국 문학계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과정에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 2015. 6. 14.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옛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우리 건축 기행 만약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다시 태어난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건축가로서의 삶이다. 물론 현세의 나의 능력과 재주로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란 것도 잘 안다. 그러기에 빼어난 건축을 자유자재껏 만들어 내는 뛰어난 건축가들과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하나의 풍경이 된 명품 건축들을 보며 경탄을 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자란 것을 채우러 오래된 건축들을 보러 다니곤 한다.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아야 건축이 지닌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지 기약은 없다. 하지만 끊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을 통해 예기치 못했던 놀라움과 경탄은 물론 치유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으니 마치 더듬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곤충마냥 깜깜이로 떠나는 답사 여행이 고난의 길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처럼 문외한이.. 2015. 5. 25.
투명사회 -투명성의 전체주의적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 '투명사회'는 내가 읽은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두번째 책이다.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하지만, 피로사회라는 제목에서 그가 던져주고 있는 화두가 단적으로 드러났듯, 투명사회 역시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단적인 특징 중 하나를 그는 '투명'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일견 생각해 보면 '피로'라는 단어에 비해 '투명'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음침한 뒷골목의 어느 폐쇄된 공간에서 벗어나 밝고 오픈된 공간으로 옮겨진 듯한 기분이다. 기존의 비밀스런 결정과정과 거래들에서 많은 비리가 양산된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던 과거의 관행들이 어쩌면 우리를 '투명사회'의 강박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 2015. 5. 18.
소도시 감성여행 - 12가지 테마로 즐기는 소도시 여행의 모든 것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질수록 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덕분에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그럴 재주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토대로 실제로 여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에세이나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은 나름 효용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겠다. 떠날만한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에게도, 떠나고 싶지만 정작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런 종류의 책들은 때로는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하고, 훌륭한 지도나 나침반의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작가들인 염관식과 옥미혜가 펴낸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 2015. 3. 26.
쓴 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이 시대의 어른'이라 칭송받는 채현국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이후로 세간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것 또한 내겐 큰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채현국이 구술하고 정운현이 기록한 이란 책에 끌렸던 것 역시 채현국이란 인물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것에 철저히, 그리고 전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다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팍팍한' 시대라 얘기한다. 지표로 보자면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우월한 경제적 수준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초등학생으로부터 팔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루하루 각자의 '고(苦)'의 늪에서 허덕인다. 살림살이는 어렵고,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젊은 세대들은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 2015. 3. 24.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이 보고 겪고 느낀 우리 현대사 55년 대학 시절에는 학생 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고, 그 이후는 칼럼니스트와 TV 토론 진행자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고, 진보 정권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던 인물.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거친 자연인 유시민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함께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55년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학자는 물론, 역사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시대나 지역의 지나간 시간을 최대한 객관화시킨 역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는 지금까지 나의 의식 내부에 강력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역사를 접하고, 공부해.. 2015. 3. 22.
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 - 박정은의 일러스트 에세이 하루 한 장 일주일 가운데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 시간. 모처럼 책이나 좀 읽어볼 요량으로 일부러 퇴근을 조금 늦췄다. 사무실에 불은 하나둘 꺼져가고, 창문 밖은 불밝힌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다들 바쁜데, 나만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아 뭔가 특혜를 받은 느낌마저 든다. 이런 것이 소소한 일상 속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 사뒀던 몇 권의 책 중에 무작정 손에 잡히는 한권을 집어 들었다. 일러스트 작가 박정은의 일러스트 에세이 는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편한 책이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림과, 간결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글들이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녀의 글들이 심도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거나, 철학자나 성인의 글처럼 큰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으.. 2015. 3. 20.
철학자의 사물들 - 사물을 꿰뚫어보는 철학의 눈 철학자의 깊이 있는 통찰을 감히 읽어낼 수 있을까. 시인이자 비평가 장석주가 펴낸 철학에세이 을 읽고 나서 문득 느끼게 되는 회의감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서른 개의 사물을 장석주 특유의 철학적 통찰력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장석주, 그는 1년에 무려 1000여권을 책을 구입하고 시간날 때마다 그 책을 읽는 것을 일상의 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독서광적이라 할만큼 놀라운 그의 독서량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이처럼 깊이 있고, 폭넓은 사유를 통한 사물의 통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같은 이들로선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이 책은 한편 사람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닳아 뭉툭해지다가 나중.. 2015. 3. 13.
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여행 에세이류는 언제나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이름난 작가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제 아무리 '듣보잡'이라 한들 여행과 사진에 관한 책은 허투루 보아 넘기기 어렵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조은 시인의 여행산문집을 아주 우연하게 발견하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구매했다. 2009년 11월에 초판 1쇄가 나왔으니 한참 지난 책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오래된 사진과 글들을 통해서 이제는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를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되살려 추억해 볼 수도 있으니 더욱 좋다. 조은 시인의 여행 에세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잘 숙성된 음식을 맛보는 것과도 같은 묵직함과 깊음이 묻어 나오는 글들이었으니. 역시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른 것 같다. 그럼으로 인해 얼마간의 간격과 괴리가 느껴지기는 .. 2015. 2. 16.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흔히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좁디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이 시대에서 인문학을 얘기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슬픈 현실이다.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에서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들은 이미 설 자리를 잃고 통폐합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는 책들을 살펴보면 인문학을 다루고 있는 것들이 가끔 눈에 띄곤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인문학이 인문학 자체로 주목받거나 깊이 있게 논의되는 책들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 취직시험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거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 수준에서의 최소한의 지식을 정리한 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인문학.. 2015. 2. 15.